대학도서관을 再考한다

김성희 / 문헌정보학과 교수  


글로벌 경제와 지식사회에서 대학도서관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확대돼 정보공유 및 관리 센터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복잡 다양한 자료와 정보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교직원 및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양만큼 적시에 제공하는 역할이 부가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 주체로서의 대학도서관은 우선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관리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학제의 특성상 대학입학전의 학생들은 조사 및 연구 활동의 경험이 부족하고 강의 역시 조사 및 연구 활동의 비중이 낮아 대학도서관 관리 및 운영주체들이 그와 같은 활동의 필요성을 지각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는 사서가 대학의 교육 및 연구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교직원 및 학생들이 실제로 필요한 지식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의 각종 구성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인터뷰, 설문지, 도서관 방문 및 이용현황, 디지털 컨텐츠 접속 횟수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해 수요자의 요구사항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제별 학술데이타베이스 이용법을 워크샵을 통하거나 동영상 파일로 제작해서 인터넷 홈페이지에 탑재함으로써 24시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고 동시에 교과과정 및 특성화 영역과 연계한 자료를 확충하여야 한다. 지식 기반사회에서 대학도서관 사서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내용분석가, 컨텐츠 관리자, 학습자원 제공자, 정보중개자, 원격교육 운영자, 장서개발자 등이다.

이처럼 대학도서관 업무와 서비스는 전문성이 더욱 깊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와 대학의 지도적 인사들은 이러한 대학 도서관의 역할과 전문성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서구의 도서관 선진국에서는 도서관 서비스와 경영의 전문가에게 도서관장직을 맡기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들 선진국에서 도서관장은 대학도서관 현장에서 수십년 동안 근무하고 관련 연구논문을 많이 생산한 전문가가 전임(full-time)의 형태로 도서관에 상주하면서 대학도서관의 비전과 전략적 계획을 제시하고 도서관의 각종 부서와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리더쉽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비전문적인 교수가 1-2년 정도 머물다가 가는 자리가 도서관장직이다. 지식이 조직의 가장 큰 자산이 되는 시대의 대학도서관에서는 이제 전문적 서비스와 리더쉽이 더욱 요청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도서관의 실제 이용자들 스스로 쾌적한 학습 및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 도서관 주위를 한번 둘러보면 어느 한 순간도 조용한 시간이 없다. 심각한 것은 그 지독한 소음공해를 총장도, 교수도, 학생도 아무도 막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민주주의 파괴자는 남이 공부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민주주의의 적이라 말하지 않고, 아무도 그들을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오늘의 대학도서관 문화이다. 도서관은 어느 나라에서건 적어도 문명국에선 수도원이다. 그것은 성역이고 신성 불가침의 권력이다. 수도원에서 꽹과리를 치고 북을 두드리는 나라가 있겠는가. 수도원에서 난장판을 벌려도 되는 나라가 있다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한 대학 문화의 양과 질은 대학도서관을 통해 나타나고, 그 대학문화가 연구 경쟁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대 문화 인프라인 대학도서관의 제대로 된 구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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