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2차 계몽프로젝트를 꿈꾸며
신현수 / 독어독문학과 석사과정


2004년 9월 23일 우리나라는 돈을 주고 몸을 사고파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이 법이 300년 전에 시행되었을 때만 해도 처음에는 원시적 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많은 남성1)이라는 동물들과 그 당시 인간의 사고를 규정하던 경제적 이해관계2)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은 반대했었다.
당시에는 이런 반대가 많은 남성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직까지는 문자형태로 기록되던 인터넷에 보관된 자료의 해석을 통해서 확인된다. 물론 남성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이유는 그 당시 인간들이 자기중심적인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이용당할 사람들이 평생 동안 짊어지고 가야할 아픔보다는 자신들의 욕구충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는 이상한 현상은 그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었던 ‘가족’이란 것에서 태어나게 된 여성들에게는 그 일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의 몸을 사고파는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했던 것같은데, 왜 그들의 가족 안에서 태어난 여성들에게 이 일을 시키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이 현상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그 당시 인간들에게도 타인의 기쁨과 아픔을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원시적 형태의 관계망이 가족이었지 않나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중요한 오류에 빠져들게 된다. 현재 유력하게 인정되고 있는 학설은 가족을 자기 폐쇄적 욕망구조가 확대된 관계망의 한 형태로 해석하는 것이다. 특히 몇몇 자료에서 증명되듯 가족은 그 당시 사적 소유형태를 보존하기 위한 원시적 도구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나의 글 <노예의 역사 Ⅲ>을 마무리 지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여러분은 이미 내 몸이 느끼는 감정들의 변화를 바이오 코드를 통해서 이미지화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소수의 몇몇 사람들만이 인식할 수 있는 문자매체에 나의 지식을 풀어놓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지금 우리의 소통형식은 쉽게 외부작용에 의해서 프로그램화 되고 동일화될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세대의 문자매체는 끊임없이 서로를 객관화하고 분리시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우리 세대가 이미지를 통한 상상력이 교류되는 세대라면 앞으로의 세대는 이미지를 통한 텍스트 독해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문자이미지의 패턴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이는 현재 등장한 바이오컴퓨터의 등장을 통해서 명확해 진다. 만약 바이오컴퓨터가 인식하는 이미지를 통해서 우리를 코드화한다면 우리는 메트릭스 안에 빠질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식적 한계를 벗어나서 새로운 교류형식을 창조해내야만 한다. 컴퓨터가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신화적 세계로부터 벗어난 세계의 구성. 나는 이것을 2차 계몽프로젝트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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