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홍명희 / 경희대 프랑스어과 교수


오늘날 우리는 주변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들을 흔히 접하곤 한다. 교육 매체들의 광고 문구에서는 이 두 용어가 빠지면 말이 되지 않을 정도이고, 요즘 한창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영화를 비롯한 문화 콘텐츠 산업의 키워드도 바로 창의적 상상력이다. 그렇지만 정작 상상력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답해주는 것을 찾기는 어렵다. 현대사회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현상은 이미지의 범람이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이것은 우리가 이미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과 동일한 말이다. 아침에 우리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영화, 텔레비젼, 만화, 현란한 광고물 등 온갖 이미지들이 우리의 눈을 현혹하고, 우리의 정신을 물들이고, 욕망을 자극하고, 유혹하고 세뇌한다. 한 마디로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이고 우리는 매일 매일 이미지들의 홍수와 범람에 함께 휩쓸려가고 있다. 우리는 매일 이 두 가지 현상에 접하고 있으면서도 이것들이 실상은 같은 뿌리를 가진 문제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상상력’과 ‘이미지’, 이 두 용어는 그 어원의 인과 관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개별적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사실 이미지는 인간 정신활동의 원천인 상상력의 결과물이고, 상상력의 활동은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작업을 포함하여 인간 정신활동 전반에 걸친 매우 광범위한 것이다. 이미지는 일단 창조되고 나면, 하나의 독자적인 생명체로서 존재하게 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면서 상상력의 활동을 자극하여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게 한다. 이와 같이 이미지와 상상력은 서로가 서로에게 긴밀한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의 상상계를 구성해 나간다. 이러한 이미지와 상상력의 활동, 그리고 그 결과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바슐라르에서부터 질베르 뒤랑으로 이어지는 연구는 상상력 연구의 범위를 무한대로 확장시켰다. 이러한 새로운 시각의 이미지와 상상력 연구들은 이미지와 상상력이 인간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풍부한 감성 지대를 거느리며 인간의 이성적 활동의 기반이 된다는 것을 밝혀주었으며, 상상력과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는 ‘상상계’야말로 진정한 인간 행동 양식의 원동력이라는 새로운 평가와 인식을 만들게 되었다. 즉, 이미지와 상상력은 단순한 인간 정신활동의 부차적인 또는 이차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힘인 것이다.
유평근교수와 진형준교수가 공저한 <이미지>는 국내 최초의 이 분야의 본격적인 안내서이다. 시중에 범람하고 있는 시각 이미지내지는 영상 이미지들을 다루고 있는 많은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이미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답을 하면서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정보·이미지 시대의 도래를 단순한 매체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훨씬 근원적인 문명사적 변동을 야기할 사건으로 보고, 그것의 인식론적 의미를 천착하고 있는 이 책은 이 분야에 있어서 국내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두 저자의 명성만큼이나 신뢰성을 준다.
이미지의 종류, 이미지에 대한 인식의 갈래 및 이미지 해석 방법, 이미지의 기능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는 이 책은 단순히 시각 이미지만이 이미지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던 많은 독자들의 시각을 넓혀줄  것이다. 저자들은 이미지와 상상력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사회 문화 연구에 대한 구체적 연구 방법론에 관한 내용이 될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 두 번째 저서까지 출판되면 독자들은 이미지와 상상력의 세계 즉 상상계의 내용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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