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과학에서 부여한 시간의 다양성

 


김성원 /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보통 사람이라면 과학이란 어렵고 딱딱하여 거리를 느끼는 학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과학과 거리를 둔 사람들도 ‘시간’과 ‘공간’이란 용어에는 친숙하여 나름대로 이해를 하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할 수 있겠다. 먼저 이유는 시간과 공간이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시공간 4차원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시간 1차원 그리고 공간 3차원, 합하여 시공간 4차원이라 한다. 우리는 서로 약속할 때마다 시각과 장소를 정한다. 이와 같이 특정 시각과 특정 장소가 정해지면 이 네 정보는 시공간 4차원의 한 사건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이미 4차원 시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시간과 공간이 비과학적 영역에서도 다루는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부분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은 인간의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주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이 주제 중 특히 ‘시간’에 관해서 과학에서는 어떻게 다루며 그 성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하여 보기로 하자. 시간의 과학적 성질에는 시간의 상대성, 시간의 역동성, 시간의 방향성이 있다.

 

시간의 상대성 : 시간개념의 전복


먼저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뉴턴 시대 이래로 공간은 상대적인 양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시간은 물체의 운동에서 절대적인 양으로서 신성불가침의 대상이었다. 공간은 운동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좌표의 선택에 따라 물체의 위치가 바뀌기도 하는 반면에 시간은 어느 누구나 공평하게 같은 양으로서 주어지는 특별한 양이었다. 절대로 다르지 않게 똑 같이 갖는 양이다.


그러다가 지금으로부터 약 1백년 전, 1905년에 지난 20세기의 최고의 천재과학자이었던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특수상대론은 이러한 개념에 혁명을 가져왔다. 그는 운동의 상대성 뿐만 아니라 광속의 일정성을 도입하여 이 이론의 체계를 갖추고 정립하였다. 광속의 일정성이란 어떻게 움직이는 관측자이건 광속은 항상 같다는 생각이다. 원래 속도는 더하는 것이 보통의 개념이었다. 예를 들면 달리는 기차 안에서 공을 던지는 사람이 보는 공의 속도와 플랫폼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보는 그 공의 속도는 분명히 다르며 그 값은 기차의 속도 더하기 기차 안에서의 속도라는 것은 이미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터득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빛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같은 기차 안에서 이번에는 그 사람이 공 대신에 손전등을 앞으로 비추었다고 하면 그 빛이 나가는 속도가 플랫폼에 있는 사람이 보는 광속과 같다는 것이다. 상당히 모순 같지만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론이 상대성 이론이다.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앞의 개념과 특이한 무엇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시간의 상대성이며 절대성은 희생되어야 한다. 시간도 공간처럼 상대적인 양이며 관측자의 운동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을 따로 취급하지 않고 시간 축이 추가된 시공간으로서 물리적인 좌표계를 설정했던 것이다.

 

시간의 역동성 : 휘고 구부러지는 시간


다음에 시간이 가지는 중요한 성질은 바로 역동성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론을 발표한지 이후 10년 동안 이를 일반화시키려 노력한 결과, 드디어 열매를 맺게 되어서 일반상대론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었다. 이 이론의 핵심은 바로 물체의 중력이 주위의 시공간을 휘고 구부린다는 설정이다. 이로 인하여 시공간이 역동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시간도 공간 못지않게 중력의 영향을 받아 휘어지고 구부러진다는 셈이 된다. 이로서 시간도 역동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여태까지의 시간의 성질을 연극에 비유하면 물체가 운동하는 것은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과 같으며 바로 연극 무대가 되는 것이 바로 공간이다.  이후 시간의 상대성 도입은 시간도 공간과 마찬가지로 연극의 무대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시공간의 역동성은 무대가 되었던 시공간이 모두 연극배우가 되어 역동성을 지닌 물체처럼 노래하며 춤춘다는 것이다.

 

시간의 방향성 : 시간 여행의 가능성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의 성질은 바로 방향성이다. 시간의 방향에는 세 가지 방향이 있다고 한다. 제일 잘 알고 있는 방향이 심리적인 시간 방향이다. 바로 우리가 늙어가고 있는 방향이 시간의 방향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방향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다음의 시간의 방향은 우주론적인 시간의 방향이다. 우주가 진화하는 방향이 시간이 흘러가는 방향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의 방향은 열역학적인 방향이다. 열역학의 핵심은 바로 열역학의 법칙인데 그 두 번째 법칙이 바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무질서 정도를 나타내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시간의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도입된 세 가지 시간의 방향이 모두 서로 동일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따라서 주어진 환경에 따라 어느 것을 도입하든지 편리한 시간의 방향을 도입하여 시간이 나아가는 방향을 미래라고 이름 붙이면 된다.


이러한 시간의 방향성에 호기심을 끄는 것이 바로 이 방향성이 구부러져 과거로 향할 수 있겠는가 라는 문제이다. 방향을 바꾸는 것은 아니고 분명히 미래로 나아가지만 과거로 돌아올 수 있다는 설정이다. 예로 [그림 1]과 같은 시공간을 생각하자. 구부러진 방향이 시간 방향이고 가로방향이 공간방향인 아주 특수한 원통형 모양인 시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시간의 방향은 계속 위로 (미래로) 나아가지만 다시 출발한 곳으로 (과거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것이 바로 시간의 방향을 구부려서 과거로의 여행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예는 다른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웜홀이나 우주끈은 중력에 의해 심하게 구부러져 만들어진 시공간의 형태이다. 여하튼 이러한 곳에서는 시간의 방향을 구부려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이론상으로는 이러한 모델에서는 타임머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실제로 가능한지, 이러한 과정상의 물리적인 문제점은 없는지,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는지에 맞추어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 
과학에서는 고고하고 오만했던 시간도 드디어 연구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상대성뿐만 아니라 역동성과 방향성을 부여받은 시간은 다양하게 단장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다. 이 모습을 탐색하고 분석할 때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성질을 찾아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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