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결코 끝나지 않고 읽을 때마다 내용이 달라지는 하이퍼텍스트 문학이 과연 위기에 빠진
문학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국내에서 시행된 하이퍼텍스트 문학 창작의 두 가지 시도들을 살펴보며 디지털 시대에 가장 참여적인 문학 형태로 그 효용이 기대되는 하이퍼텍스트
문학의 발전 방안을 생각해 보자.   <편집자 주>

 


 

 

선형적 글쓰기로부터의 해방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시학>에서 플롯에 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전체는 시작과 중간과 결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플롯을 훌륭하게 구성하려면 아무데서나 시작하거나 끝내서는 안되고 위에서 말한 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도되고 있는 문학 형태는 정해진 시작과 결말, 통일성과 총체성이 중시되던 고전적인 플롯 개념에 의문을 제시한다. 시작도 끝도 없는 하이퍼텍스트 문학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어디서든지 읽기를 시작하는 지점이 플롯의 시작점이 되고, 멈추는 지점이 바로 결말이 된다. 독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수정ㆍ보완될 수 있기에 언제나 미완의 상태로만 존재하는 하이퍼텍스트 문학은 ‘열린 해석의 가능성’과 ‘선형적 글쓰기ㆍ글읽기로부터의 해방’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훌륭한 플롯’ 개념을 견지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작가들은 하이퍼텍스트 문학의 비선형성을 정전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할 일탈적 문학 형태로 간주하며 등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부인하지 못할 분명한 사실은 기술복제시대를 풍미했던 인쇄된 종이책의 마지막 장은 서서히 넘겨지고 있다는 점과 디지털복제시대의 작가적 독자들(reder-authors)은 저자가 정해 놓은 처음과 끝을 그대로 따라 읽기를 지루해 한다는 점이다. ‘책의 종말’ 선언과 함께 위기에 처한 문학을 구하기 위해 저자와 독자들은 문학을 종말로 이르게 한 ‘선의 규칙 속으로의 회귀’보다는 끝없는 ‘선으로부터의 탈주’를 시도해 봐야 할 것이다.

 

최영화 편집위원  sobeit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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