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생활의 언어로 풀어내어야

 


83년 창간 이후 10여년이 지난 92년에 이르러서야 문화면이 대학원신문에 자리 잡게 됐다. 80년대 한국사회는 정치적·경제적으로 격변기였고, 민주주의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화두였다. 이 시대의 ‘문화’는 사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문화’는 이제 당당히 대학원신문에서 한 면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영역이 됐다.


대학원신문 20년 동안의 문화면은 사회의 흐름과 그 맥을 같이한다. 문화면에서는 성(性), 자본주의, 노동이라는 동일한 담론 속에서의 각기 다른 시각의 접근이 시도됐다. 한마디로 소수인종, 성, 문화로의 지평확대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92년 제28호에서 <문화논단>이 등장한 후 지금까지 대학원신문의 문화면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은 자본주의와 노동이라는 시대 흐름을,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는 포스트모더니즘과 패미니즘의 영향, 문화자체의 담론을 반영했다. 예를 들어 90년대 초반 노래방, 영화로 대표된 문화영역이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소비관계로의 전환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이후 독자적인 문화이론의 발달로 단순한 소비생활의 영역이 아닌 이론적·과학적·실천적 영역으로 포섭하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이외에도 일본문화개방이나 정보화로 인한 문화의 상품화, 자본주의화, 인간소외 등의 비판적 접근이 95년 제63호 <문화비평>에서 ‘위축되는 한국 만화 시장’ 등으로 기획됐다. 소재면에서는 영화, 음악, 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화면이 생기고 난 후 아니 그 이전부터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코너가 서평란과 영화비평이다.
이는 새로운 문화 아이템 발굴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는 공간과 건축에 대한 접근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데 95년 제66호 <문화비평> ‘새로운 공간인식과 경험’, 제86호 ‘한옥의 고유성’, 제136호의 <문화기획> ‘서울, 그 낯섬과 익숙함’, 그리고 최근의 ‘청계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는 문화의 담론이 삶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면의 글쓰기는 과거 현실과 밀접하고 친근했던 어휘사용에서 학술적이고 난해한 소수의 언어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초기에는 문화에 접근하는 이론적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치더라도 과거에는 좀 더 독자와 근접한 생활의 언어로써 문화에 접근했다면 현재의 문화는 그야 말로 학술적인 내용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해 난해하게 쓰여지면서 원우들과의 단절을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부르기도 한다.


문화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영역에서도 사회의 담론을 받아 안아 거대자본의 지배, 소비관계의 재생산, 기술의 발달로 인한 인간소외의 우려 등의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반면 문화를 독자적 영역으로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앞으로도 문화를 보는 다양한 시각과 더불어 대학원신문만이 가진 독립적인 성격을 살려 참신한 아이템과 시각을 제시하고, 문화적 빈곤을 겪고 있는 원우들에게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친근한 문화 안내자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자 편집위원 sealove98@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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