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듬살이

언어는 한 시대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거울이다. 여기서 언어가 거울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단순한 도구로써의 거울이 아니다. 거울을 보고 우리가 치장을 하고 우리를 변형시키듯 언어는 우리의 삶을 반영할 뿐 아니라 재조직한다. 언어와 사회 혹은 사회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언어는 사회변화에 영향을 받고, 사회는 언어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얼마 전부터 신조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신조어를 탄생시키는 일등 공신은 물론 인터넷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과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의 활성화는 다양한 종류의 신조어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신조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언어란 본디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 소통을 위해 만든 도구이다. 그러나 요즘 등장하는 몇몇 신조어들은 오히려 의사소통을 가로막고 언어의 안정성을 파괴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신조어 중 인터넷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언어를 통신어라고 부르는데, 이 중에서도 일정한 코드를 읽어내지 못하면 의미를 파악 수 없는 언어들을 따로 모아 ‘외계어’라고 칭한다. 외계어의 경우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너무 낯설어서 소수 집단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소통이 불가능한 언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외계어의 활성화하는 인터넷을 통해 연원도 알 수 없는 언어들이 무작위로 퍼져나간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요즘 인기 있는 모 방송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10대들이 쓰는 단어와 50대들이 쓰는 단어의 차이들을 소재로 삼아 그 단어의 뜻을 알아맞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0대와 50대의 소통의 간극이 얼마나 심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신조어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쓰는 단어 중 ‘부교재’는 ‘교과서로는 부족한 시험범위를 늘려주는 고무줄 같은 존재’로 정의되고, ‘교문’은 ‘인권이 넘어가지 못하는 불모지의 관문’으로 정의된다. 이는 우리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는 신조어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신조어들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통찰력 있게 분석하거나 언어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소통이 단절되는 측면은 분명 지양되어야 하지만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는 세대의 언어적 창의력과 사회적 통찰력은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문화적 창의력의 한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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