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 (주)좋은생각사람들 사원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쫄깃한 육질,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부드러운 국물! 너에게 구속받는 나 그리고 날 구속하는 너! ‘삼계탕’, 넌 내 소울메이트다. 
인생을 살면서 세 번 정도 큰 위기를 겪었다. 한번은 살던 집이 날아갔다. 아빠가 빚보증을 잘못서서 그랬다는데, 난 그 사실을 이사 전 날 알았다. 우리는 32평 아파트에서 방 한 칸짜리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했다. 이삿짐센터 아저씨들은 불쌍하다며 이사비용을 안 받으셨다. 그날 우리 가족은 그 돈으로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아저씨들이 돈을 안 받은 게 기분 나빴지만, 기대도 안 했던 외식에 마음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난 우리 집이 망했다는 사실보다도 외식을 한다는 사실이 기쁜 어린 아이였으니까. 
식당에 도착해 목을 빼고 한참을 기다리니 삼계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닭다리 두개가 삐져나와 있었다. 엄마가 다리 하나를 뜯어 너무나도 당연하게 오빠 그릇에 놓았다. 그리고 나머지 다리를 뜯어 옮기는 순간, 난 나도 모르게 엄마 손에서 닭다리를 가로채 내 입으로 쏙 집어넣었다. 닭 국물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닦을 정신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 엄마, 그렇게 호락호락 하신 분이 아니다. 그렇게 만만했다면 아빠랑 살지도 않았겠지. 이미 사단이 나도 한참 전에 낫겠지.
찰싹! 내 뺨에 불이 났다. 하늘이 노래진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내 손에 있던 닭다리는 엄마 손을 거쳐 아빠의 그릇 위로 옮겨진 뒤였다.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오빠랑 언니도 기겁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때 엄마가 정적을 깨고 말했다.
“닭다리는 아빠 거니까, 넌 목이나 뜯어!”
그 순간, 왜 그리 눈물이 났을까.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게 없고, 아무 말도 못하는 아빠는 너무 불쌍하고…. 난 그 때 아빠에게 힘들어도 기죽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힘들어서 마음이 죄어올 때면 삼계탕을 먹는다. 원기회복! 자양강장의 효과보다도 닭다리는 아빠 거라는 사실과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진실을 다시금 상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늘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고 늘 허기져 있었다. 그러나 그런 허기짐은 삼계탕 하나면 금방 회복되었다. 따끈한 닭고기 육수에 시원한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면 배는 남산만큼 불러왔고, 난 충족감에 사로잡혔다.
배가 부르다는 사실…. 인생을 살면서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게 얼마나 있을까.
내 소울메이트, 삼계탕아! 늘 내 곁에 있어주렴. 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 내 영혼의 진짜 굶주림이 회복될 때까지 너는 내 영혼의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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