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 사이언스타임즈 편집위원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때 아닌 우주인 바람이 거세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배출사업에 지원자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몰리고 있다. 과학의 날이었던 4월 21일 오전 9시 접수를 시작한 이래 불과 10시간 만에 지원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4일 만인 24일 오후에는 1만 명을 돌파했다.
7월 14일까지 이어지는 공모 일정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하루 지원자 수를 1,000명만 잡더라도 총 10만 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는 만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는 평범한 신청자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150cm 이상 190cm 이하의 키에 몸무게 50~95kg, 발 크기 29.5cm 이하에 비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말 평범한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 자격이 있지만 실제 선발과정은 만만치 않다.
우선 공모 마감 후인 7월 22일에는 서류심사를 거친 사람에 한해 기초체력검사의 일환으로 3.5km 단거리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여기서 정해진 시간 내에 통과한 사람들은 8월 5일 영어 및 종합상식 과목의 필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렇게 해서 8월 중순경 1차 선발인원인 300명이 가려지게 되고, 그 후 심층면접 및 정밀신체검사, 우주적성검사 등의 3단계 선발과정을 더 거쳐 최종 2명의 우주인이 선발된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최종 선발자 2명은 07년부터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15개월간의 기초 및 고등훈련을 받는다. 그런 다음 08년 4월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하게 되는데, 이때는 단 한 명만이 탑승할 자격을 얻는다. 2명을 선발하는 이유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만만치 않은 우주인 생활

그럼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어떤 우주체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되는 소유즈호를 타면 단 9분 만에 국제우주정거장의 궤도로 진입하게 된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사람이 반영구적으로 생활하면서 우주실험과 관측을 할 수 있는 초대형 인공구조물이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은 지상 약 350km 고도에서 51.6。의 각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이 궤도에서는 지구를 관찰하기가 매우 용이해서 지표 전체의 85% 이상, 인구수로 따졌을 때 전체의 95% 인류가 살고 있는 지역을 관찰할 수 있다.
98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이곳은 완성 시 본체 길이 108m, 높이 74m, 태양 전지판 날개 길이 88m, 무게 420t으로 축구장 정도의 크기로서 지상에서는 별처럼 보인다. 한국 우주인은 이곳에서 7~8일간 체류하며 우주생활을 하게 되는데, 주거공간에 우주인들을 위한 침실과 목욕시설, 냉장고, 운동기구 등이 있어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지상에서와 똑같이 질소와 산소가 4:1로 혼합된 공기가 채워져 있고, 생명 유지 장치를 통해 온도와 습도가 쾌적하게 유지되므로 반소매 차림으로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생활방식은 지상과는 전혀 다르다.
무중력 상태이므로 여기의 모든 물건들은 공중에 두둥실 떠다닌다. 때문에 식사를 할 때는 음식물이 떠다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탁에 고정시켜야 하며, 물을 마실 때도 빨대를 사용해야 한다. 식사는 지상의 풀코스 식사와 비슷한 메뉴를 비롯해 100여 가지의 특별 요리가 준비되어 있어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김치 우주식을 개발 중이므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우주 역사상 최초로 우주에서 김치를 먹은 사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잠을 잘 때는 몸부림을 치다 공중에 떠다니는 일이 없도록 몸을 고정시켜야 한다.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직육면체의 1인용 침실이 있어 그 속의 침낭에 들어가 잠을 잔다. 좁긴 하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몸에 가해지는 압박이 없기 때문에 지상보다 훨씬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는 하루에 2시간씩 꼬박꼬박 운동을 해야 한다.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면 근육의 사용 빈도가 낮아져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푸른 지구를 바라보며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기분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하지만 황홀한 우주 비경을 감상하며 마냥 먹고 잠만 자는 것은 아니다. 우주인 본연의 임무인 지상에서 수행 불가능한 우주과학실험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중력이라는 그곳의 특별한 환경은 물리, 재료과학, 의학, 생물학 등의 다양한 우주실험에 좋은 조건이 된다. 무중력을 이용하면 강도가 높으면서도 매우 가벼운 새 물질을 합성하거나 효능이 높은 고순도의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에서는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에서 사카린이나 아스파탐보다 10배나 달콤하면서 칼로리가 전혀 없는 ‘소마틴’을 합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우주인이 수행할 과학 실험은 추후 러시아의 협상에 따라 실험분야 및 종류, 규모 등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런 모든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면 어느덧 그는 우리 국민들의 우주 영웅이 되어 있을 것이다. 비록 선발과정이 서바이벌 게임처럼 치열하지만, 정말 한번쯤 도전해볼 만한 일이다. 우주인 지원자 신청도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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