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호 [문화쟁점] 문화를 돈으로 계산하는 흐름을 이야기 하자 - ① 스크린쿼터
그들은 모두 패권주의의 신봉자들이다

양기환 /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처장

현재 한류(韓流) 열풍이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급속히 일어나는 것은 그들의 문화시장이 우리보다 작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한류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리는 없다. 문화는 경제적 잣대로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과 인권, 복지로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고, 자국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조건 없는 지원은 정부의 의무이다.

한국 영화의 스크린쿼터제도는 20억의 상품과 2천억의 상품이 똑같이 시장에서 7천원에 경쟁하고 있는 헐리우드 덤핑 현실을 외면한다고 하더라도, 헐리우드의 블럭부킹(묶음판매), 지속상영 강요 등 교묘하게 행해지는 독과점의 횡포가 사라지지 않는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최소한의 반독점 제도인 것이다. 얼마 전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4년을 끌어온 한미투자협정(BIT)을 올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 짓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스크린쿼터 문제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미투자협정(BIT)의 실효성에 대해서 거의 모든 학자 및 관계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현실에 일부 경제관료들만이 외자유치를 통한 한국경제의 번영과 고용창출을 가져올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외자유치라는 명분아래 굴욕적인 한미투자협정의 체결 자체의 가시적 성과만을 노린 것이 아닌가 생각될 뿐이다. 4년 전 한미투자협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사안이 바로 스크린쿼터 문제였었고, 그 연장선에서 이번의 한미투자협정과정의 최대 이슈를 스크린쿼터 문제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크린쿼터제도는 한미투자협정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서,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의 한국적 형태로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지점은 스크린쿼터제가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영상물의 성격상 문화적 예외 조항으로서 인정되어 영상산업을 보호할 수 있으며, 헐리우드의 시장 독점을 막고 공정한 경쟁기회를 주는 최소한의 제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목할 것은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는 지금 세계적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효율성이 입증된 제도라는 점이다.

지난 2월 20일 스크린쿼터문화연대와 대한민국 국회 문화관광상임위 의원이 프랑스 하원의 초청을 받아 ‘한국영화정책과 스크린쿼터시스템’이란 주제를 가지고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도가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며, 나아가 세계 각국의 문화 정체성 수호와 문화 다양성 증진을 위해 세계문화기구구성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또한 지난 2001년 7월, 유럽의 영화인들은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 WTO본부에서 33개국 대표들과 WTO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뉴라운드와 관련 문화 다양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였고 우리 나라를 공식 초청하였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눈부신 성장의 배경이 된 스크린쿼터제도의 효용성을 발표하였고, 세계 각국이 스크린쿼터제의 전면적 도입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문화관련 NGO 회의인 52개국 INCD 총회와 작년 11월2일에 있었던 유네스코 파리총회에서는, ‘세계문화다양성 선언’을 통해 문화상품은 일반 상품과 다르므로 국제무역논리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흐름들은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문화의 영역을 경제적 잣대로 예속시키려는 미국을 비롯한 패권주의 신봉자들에게 세계가 함께 대응해야할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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