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호 [생명과학 맛보기] DNA백신
"인체에서 백신을 제조한다"

김기순 / 국립보건원 연구사

제너가 종두법을 개발한 후, 전염성 질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이 사용되기 시작한지 어언 200여년이 지났다. 백신이란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로부터 병원성을 나타내는 단백질부분 또는 병원체 전체를 인체에 주입함으로써, 그 병원체에 대한 면역 방어능력을 인위적으로 부여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이때 인체에 주입하는 물질의 특성에 따라 병원성이 약해진 병원체의 경우 생(生)백신, 죽은 병원체인 경우 사(死)백신, 그리고 병원체가 만든 단백질일 경우 단백질 백신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백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여러 가지 전염성 질환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면역유발능력의 부족, 생균을 사용하는데 따른 안전성 위협, 복잡한 정제과정에 따른 백신가격 상승, 그리고 까다로운 보존방법(주로 냉장) 등 전통적 백신이 가지는 문제점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병원체의 항원을 발현시킬 수 있는 DNA를 직접 숙주체내에 투여하면 이 항원에 대한 면역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전통적인 백신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열렸다.

소위 DNA 백신이라는 이 개념은 1990년대 초반부터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DNA를 통하여 숙주세포에서 직접 원하는 항원을 발현시킴으로써 항체 생성과 동시에 세포면역을 유발하고, 기존의 방법처럼 항원을 정제할 필요성이 없으며, 현재까지 백신개발이 어려운 전염병의 경우도 손쉽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DNA백신은 병을 일으키는 생물체의 특정부분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의 DNA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백신과 다르다.

이 백신은 주사기를 사용하여 식염수에 들어있는 상태의 DNA를 주입하거나, DNA가 코팅되어 있는 금 알갱이를 유전자 총을 사용해서 집어넣을 수도 있다. 실제적인 백신화 과정은 DNA가 주입된 인체 안에서 일어난다. 즉 전통적인 백신에 포함된 항원을 제조하는 곳이 제약회사 공장이었다면 DNA 백신을 통하여 항원을 제조하는 곳은 백신을 맞은 숙주의 체내가 되는 것이다. 병원체의 DNA를 인간의 세포에 주입하면 병원체 DNA는 인간의 DNA에 섞여 들어가 자신의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때 몸의 면역시스템은 ‘병원성 단백질’을 파괴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체액성 면역) 이 단백질을 생성하는 감염된 세포를 인식해 공격에 돌입하기도 한다(세포성 면역). 따라서 전통적인 생백신에 비해 결코 면역유발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효과적인 백신인 셈이다. DNA 백신을 사용하면 살아있거나 감염의 위험성이 있는 병원체를 사용할 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감염의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다. DNA백신은 추가접종을 할 필요가 없고, 일회 주사로 많은 질병에 대한 백신을 만들게 할 수 있다.

DNA 백신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될 문제점이 있다. DNA 백신이 병원체의 한정된 단백질 성분에 대해서만 면역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어떤 매개 병원균을 쓸 것인지, 어떤 항원 유전자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DNA 백신의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병원체 유전자 정보를 알아야만 된다. 또한 병원체 DNA가 인간 세포의 DNA에 무작위적으로 삽입될 때 인간 DNA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장기적으로 암과 같은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질환이 생기는 불행한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분자생물학적인 연구방법을 통하여 하나둘씩 해결되는 날, DNA백신은 기존의 전통적인 백신과 더불어 질병없는 인류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