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보금자리가 많기로 알려진 강서·양천 지역 일대의 한 곳에는 ‘평화통일 교회’라는 독특한 이름의 작은 교회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교인들 대부분이 탈북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이 곳의 담임 전도사 강철호씨를 만나보았다. 94년에 중국으로 넘어가서, 97년에 월남했다는 그의 말투에는 여전히 고향의 억양이 남아 있었다.
그는 중국에서 해양대학에 다니며 선박 운항 관련 공부를 했으나 남한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전혀 다른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북에서는 먹고 사는 것이 살아있는 평생의 목적이었고 그것 때문에 탈북을 했지만, 탈북자로 여기저기 쫓기면서 인생의 목적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남한에 왔을 때, 아파트 화단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할아버지들을 봤어요. 그게 제가 남한 사회에서 처음으로 접한 대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었지요. 남한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너무 궁금해서 엿들었는데, 글쎄 그 할아버지들이 대통령 욕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는 너무 놀라서 112에 신고까지 했지만 이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라며 지난 추억을 떠올렸다. 이제 그에겐 이곳 한국사회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스스로 노력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현재 교회를 이끌어 가면서 그가 추구하고 있는 큰 실천은 ‘통일’이다. 그런데 탈북자의 입장에서 그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남한 안에서의 분단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선 끝없이 ‘통일’이라는 말을 이야기하지만 지역간 갈등, 정치적 갈등, 종교분쟁 등 남한 안에서도 수많은 분단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만나면 가장 먼저 고향과 출신학교를 묻고 구분 짓는 남한에서 탈북자들은 영원한 아웃사이더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교회의 교인들은 거의가 탈북자들로 이루어졌다. 남한 사람들이 온다고 하더라도 금방 나가버리고, 이곳의 탈북자 교인들 또한 기존의 남한 교회에서 섞이지 못하고 나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는 이것이 누가 누구를 차별해서 생긴 것만이 아니라, 남북한 사람들 모두가 서로를 구분 짓고 나누는 오래된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한데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이런 남한의 현실 속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탈북자들의 부정적인 모습만을 조명하는 대부분의 언론보도가 문제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탈북자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지만, 이슈화되는 것만을 선호하는 언론의 태도는 오히려 탈북자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속에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기회를 없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정책적인 대책 이전에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서 기생하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며, 남북한의 통일이 남한에게는 손해일 뿐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없애는 데에 언론이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좌, 우의 길만 다를 뿐, 그들이 주장하는 사회주의의 옹호나 북한체제를 부정하는 이유는 결국 ‘북한이 같은 동포이기 때문에 다같이 잘 살기 위한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런 뻔한 해답의 갈등은 이념을 넘어서, 목숨을 걸고 자신의 가치를 찾고자 했던 탈북자들에겐 부질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는 딱딱한 이름을 달고 있는 그것 이전에, 그가 말하는 ‘사람의 통일을 이루는 평화’일지도 모른다. 

 안혜숙 편집위원  ahs1182@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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