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6.11 목 16:51
기획예술
독일 낭만주의와 판타지사유의 가시밭 / 미하엘 엔더의 <모모>
유석천 편집위원  |  pocahontas1000@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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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호]
승인 2006.03.22  23: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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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가시밭 /  미하엘 엔더의 <모모>

 

독일  낭만주의와 판타지


  얼마 전 방영된 ‘내 이름은 김삼순’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된 미하엘 엔더의 동화 <모모>. 그 안에는 낯선 판타지 세계가 존재한다. 비현실적인 환상세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인의 입맛을 제대로 맞춘 동화이다. 물론 <모모>는 말도 안 되는 엉터리 판타지 글과 차원이 다르다. 등장인물들이 추구하거나 목적하는 바가 반드시 있고, 그를 이루기 위해 환상세계를 무대로 삼는다는 점에선 엉터리 판타지 글과 흐름이 비슷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모모>에는 시대를 읽는 주제 의식이 있다. 이는 <모모>가 독일 낭만주의 성격의 전형을 이어 받았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몽환적인 인물들의 대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적 배경, 고전주의의 맥을 이은 탓에 다소 계몽적인 주제 의식이 드러난다는 게 독일 낭만주의의 특징이다. 물론 인물, 사건, 배경의 특징만을 본다면 여느 판타지 글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독일 낭만주의다. 하지만 초월적인 인물들의 등장, 사람들이 시간을 잃어버리는 비현실적인 사건, ‘옛날, 원형극장’이라는 모호한 환상세계를 시·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모모>는 현실 속의 인간이 반드시 알아야 할 시간의 의미 내지는 소중함을 주제로 삼고 있어서 작품성을 갖춘 판타지 문학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
  고전주의 작품에서는 관념이 직접 그리고 가능한 한 적합한 형식에 의해서 표명되는 데 반하여, 낭만주의 작품에서는 관념이 암시와 상징의 방법으로 독자의 상상을 자극한다. <모모>를 읽으며 정형화된 이야기 형식에 맞게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고 느끼긴 어렵다. 암시와 상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모모>에서 모모가 사는 원형극장이 ‘커다란 시계’를 이야기 후반부에서 시간이 ‘꽃’으로 상징되었다. 시간을 훔쳐가는 신사(악당)가 나타낼 때마다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도 그들이 시간의 지배로 냉혈인이 되어버린 인물들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낭만주의에서 말하는 ‘신비’는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관념이나 다른 사람의 상상, 문헌에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체험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신비주의는 독일 낭만주의자 노발리스만의 관념에서 생성, 발전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것이 문학작품으로 승화되면 ‘마술적 관념론’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다. 여기에서 인간은 초월적인 힘을 가진 ‘마술사’, ‘요술사’로 거듭난다. 판타지 동화에는 단골손님처럼 ‘마술사’가 등장하는데, <모모>도 마찬가지다.
  <모모>의 주제와 상징, 신비주의 등은 독일 낭만주의에 바탕을 둔 미학이다. 이상적인 존재를 정해놓고 그를 동경하는 낭만주의 문학의 유형을 <모모>는 시간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 사람들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시간을 저축하다보니 일에만 매진하여 웃음과 여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정신과 감성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바쁘다”를 남발하며 정신없이 사는 삶은 가족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이다. 현대인처럼 시간에 지배당했기 때문이다. <모모>의 사람들처럼 꼬박꼬박 일정한 양의 시간을 회색인에게 저당 잡히는 현대인이여, 이제 마술사가 되어 보자. 인간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들을 초능력을 가진 모모나 반시간 후까지를 예언할 수 있는 카시오페아,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줄 수 있는 호라 박사의 영험함은 당신에게도 있다.
  삶의 “여유”를 찾을 때 당신은 이들처럼 빡빡한 현실세계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유석천 편집위원  pocahontas1000@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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