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호 [문화쟁점] 인터넷 실명제 논란

명찰 달고 민증까고 말해라

김홍승 편집위원
gspress@empal.com

 

이제 모니터 너머의 당신이 누구인지 모를 리가 없게 될 수 있다.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는 지난 3월 28일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인터넷 역기능 해소 방안으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실명제 도입 취지에 대해 “익명을 악용해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신공격 등을 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여러 사회단체들에서는 강한 반박 성명을 발표하였고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등을 고발하기에 이르러 인터넷 실명제를 둘러싼 논쟁은 법정 싸움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과연 인터넷 실명제의 내용은 무엇이며, 왜 이것을 한쪽에서는 강행하려고 하고, 한쪽에서는 막으려 하는 것인가.
실명제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이용한 신원확인 인증을 받아야만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함께하는 시민단체인 시민행동에서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보내는 1차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지난달 1일 정통부에서 답변을 보냈다. 이에 따르면 실명제 강행 이유는 “무엇보다 현재 인터넷 게시판의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 인권침해, 거짓 여론 형성 등으로 인한 개인들의 피해 및 사회적 비용이 확대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인터넷 범죄 수사에 있어서 IP추적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과 몇몇 정부부처에서 현재 실시중인 실명제의 효과를 근거로 실명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실명제를 실시하고, 이후에 법제화를 통해 대형 포털 사이트와 같은 민간 인터넷 게시판에도 의무적용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익명성은 헌법적 권리

물론 인터넷 토론문화 속에서 건강한 논쟁들만 오고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원인 진단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네티즌들 스스로 찾기도 전에 국가가 제도적으로 언로들을 차단해도 되는 것인가.

실명제 저지 운동의 선봉에 서 있는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익명성은 합헌적으로 보장받는 권리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이 자기 행위에 대한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는 것 ‘이상’을 요구하는 것 △실명화라는 명목으로 국민이 특정한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동의하고 넘겨준 개인 정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우려 △인터넷 실명제는 명백한 검열이라는 이유를 실명제 반대의 근거로 삼고 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별 커뮤니티와 게시판의 자율적 결정에 의한 실명제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강제적인 실명제 실시라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보인권은 어디로 가나


한편 민간 인터넷 사이트 실명제를 둘러싼 설문조사에서 정통부 홈페이지 온라인 투표에서는 전면시행과 가급적 시행이 54%, 가급적 시행 반대와 절대 반대가 39%로 집계되었다.(11일 오후 8시 기준) 또한 인터넷 설문조사기관 리서치랩(www.relab.net)이 전국 성인남녀 1천1백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는 인터넷 실명제에 찬성한다는 대답이 68.2%로 반대하는 31.8%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한편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이주헌 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혀 관련기관 내에서도 이견이 있음을 드러냈다. 과거 PC통신 시절을 떠올려보자. 요금 문제 때문에 PC통신 가입자들은 일일이 전화로 실명확인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실명확인을 거친 PC통신상에서는 사이버 범죄와 같은 문제점들이 없었는가. 또한 기술적으로 완벽한 실명제가 가능할 것인가.

혹자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과연 인터넷을 안고 사는 우리는 스스로가 아니라 국가의 강제에 의해서만 깨끗해질 수 있는 것인가. 인터넷 실명제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문제의 본질은 인터넷을 비롯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서 실종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정보인권’을 지키는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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