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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3.25 수 18:01
기획사회
169호 [문화쟁점] 결혼, 어떻게 볼 것인가
안혜숙 편집위원  |  ahs1182@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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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호]
승인 2006.03.01  15: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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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호 [문화쟁점] 결혼, 어떻게 볼 것인가
2003-03-30 19:18 | VIEW : 5
 
169호 [문화쟁점] 결혼, 어떻게 볼 것인가
시스템 안에 갇힌 결혼이 해방된다면

차우진 / 페미니즘과 남성을 고민하는 공간<귀띔> 회원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최근 영화에 유달리 관심이 가는데, 정작 영화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개인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제목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도발적인, 그래서 오히려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하는 문장. 한 예를 더 들자면 지하철의 ‘누구와 결혼해야 합니까’라는 광고 속에 나타난 개성 있는 얼굴을 가지고 세련된 표정을 짓고 정면을 보고있는 한 여성의 사진 아래에 적힌 문구가 ‘어떤 의미’에서는 절박하게 들린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이미 대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현재의 결혼제도는 이성애적 관계만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결혼의 형태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므로 그것이 다른 형태의 결혼(굳이 결혼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어쨌든 그러한 관계‘들’)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억압의 기재가 된다는 것. 또한 특히 한국에서의 결혼제도란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라기보다는 가족과 가족, 경제적 지위와 사회적 위치의 결합을 의미하는 다분히 계급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재생산과 재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 대해서 ‘반론’을 풀어내면 결혼에 대한 ‘정치적으로 올바른’ 입장이 술술 나올 것이란 생각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는 정작 글쓴이 본인에게는 별 도움이 안될 것 같다.

나는 이성애적 가부장제라는 큰그릇의 한 구석에 담겨져 있다. 그리고 정작 나를 설명할 단어들은 대부분의 또래 남성들을 설명하는 단어들과 별다르지 않다. 차이라면 종종 ‘페미니스트’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는 정도일까. 그렇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입장을 적어야 할 이 자리에서 나는 잠깐 망연해지는데, 어쩌면 결혼제도에 대한 거부(결혼을 하지 않겠다, 라는 선언 말고)는 사적인 얘기들을 통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결혼에 대해서 두 가지 시선만 존재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아니다, 라는 이 이분법은 결혼에 대해서 다분히 경직된 사고방식을 만든다. 하지만 결혼이 제도이기 이전에 관계맺음의 한 방식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유일하게’ 제도화된 관계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혼에 대해서 쉽게 말하는 것은 결혼에 대해서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말하는 것만큼 무의미하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고민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히 남성에게 있어서, 자신의 삶이 타인의 삶을 착취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계일 것이다. 결혼제도는 호주제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제도적으로 여성을 남성에게 귀속시키는 제도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의 가족관계란 남성의 가계에 여성이 포함되면서 가계의 위계질서가 재편되는 형태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아무리 현대사회에서 전통적인 결혼제도와 가족관계가 재구성되고 있다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내가 다른 삶을 착취함으로써, 그 사람의 인생을 볼모로 (스스로 생각하기에)만족스러운 관계를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얼마나 끔찍한가.

그러므로 나는 내 삶이 그러하지 않기를 그리고 그러한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상처와 흉터, 아픔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결혼이 삶의 과정이라고 한다면 결국 삶은 관계맺음에 대한 훈련장이 아닐까. 관계맺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대화, 그로 인한 또 다른 관계가 설정되는 변증법적 구성이야말로 이 앞뒤 꽉 막혀 개인이 어쩌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는 제도를 바꿀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오히려 이 글은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태도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특히, 남성들을 향하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장치가 관계맺음에 대한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과정에서 스스로 실패하거나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말한다면, 내 삶이 그렇게 스스로의 위치에 대한 성찰과 배우자와의 대화, 또한 비슷한 고민을 가진 다른 남성들과의 관계로 구성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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