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 [시사기획] 권력과 전자감시
2003-04-04 14:03 | VIEW : 30
 
128호 [시사기획] 권력과 전자감시
①주민등록증과 프라이버시 주민등록증, 권력의 주민관리체계

최근 테크놀러지 발전에 따른 정보사회에 관한 논의와 더불어 점차 고도화되어 가는 전자감시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 사회 각 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자감시의 양상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권력의 통제 방식과 그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주민등록제도는 박정희 군사정부가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해 1962년 5월 10일에 최초로 도입하였다. 우리나라에 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된 것이 군사정부에 의해서였다는 점은 주민등록제도의 성격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단서일 것이다.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록번호는 1968년 1월 12일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국가안보론이 팽배한 때인 5월 29일, 당시 야당이었던 신민당의 반대 속에 공화당 단독국회에서 도입되었다. 주민등록증을 만든 이유는 “간첩이나 불순분자를 용이하게 식별, 색출하여 반공태세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주민등록증 소지의무는 1980년 12월 31일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도입하였다. 이렇듯 주민등록제의 중요한 틀은 모두 사회적 혼란기에 도입되었다.

   개인정보의 압축파일, 주민통제법

   주민등록법은 첫 머리에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기 위한 법임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수집되는 정보항목은 1백 41개에 이른다.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는데 그렇게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 최종학력은 물론 대학졸업자의 경우 졸업한 대학의 이름과 전공까지도 밝혀야 한다. 게다가 이러한 정보들을 지방자치단체도 아닌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할 이유는 또 어디에 있는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는 오로지 대리점 역할만 할 뿐 주민등록과 관련한 모든 정보는 행정자치부와 경찰청 본청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쯤만해도 이 법의 목적이 주민등록법이 아니라 주민통제법이라는 말이 나올만도 한데, 여기에다 국민 개개인을 바코드 번호 매기듯이 주민등록번호를 매겨놓고 있고, 모든 국민들에게 열손가락 지문을 찍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바로 주민등록법이다. 이처럼 주민등록제도와 이를 통한 개인정보 수집의 일차적인 목적은 정치적인 통제와 악용에 있다.

   한편, 과도한 개인정보로 인해 국민이 당하는 피해는 정치적인 이유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민등록정보는 개인의 핵심적인 사항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에 유출될 경우 심지어 사람의 목숨을 노리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한영씨 피격사망 사건을 들 수 있다. 이한영 살해범의 경우, 이한영의 주민등록번호는 교도소 직원에게서, 주소는 경찰전산망에 수록된 것을 경찰이 심부름센터에 알려주어 살해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에게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형식적으로 보면, 이 정보들은 절대 유출되어서는 안되는 정보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돈 10만원을 흥신소에 주면, 주민등록정보가 담겨있는 주민망 뿐만 아니라 경찰에서 운영하는 공안전산망에까지 실려 있는 개인정보들을 모두 빼낼 수 있다.

   최근의 경우는 다른 무엇보다도 위험스러운 경향을 담고 있는데,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들을 전산시스템을 통해 전산화시켜 놓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통합정보관리시스템으로 인해 주민망을 중심으로 각종 개인정보들을 담고 있는 전산시스템이 통합 관리되고 있다. 이에 과거보다 더 강력한 형태의 주민통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자적으로 감시하겠다고 하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자주민카드제와 전자지문 채취라 할 수 있다. 전자주민카드제도의 경우 국민들의 반발로 인해 좌절되었지만, 전자지문의 경우 주민등록증 갱신이라는 이유를 들어 전국민을 대상으로 현재 채취하고 있다.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미 지난 90년부터 지문 전산화 작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1965년생 이하 남성 8백만명과 여성 3백 70만명 등 도합 1천 1백 70만명의 열손가락 지문 모두를 전산화시켰다고 한다. 또한, 지난 5월 대학가 시위 때에 경찰이 불심검문을 하면서 전자지문감식기를 가지고 나와서 지문을 전자감식하였다고 한다.

   전자지문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면, 건물을 출입할 때에도 지문감식기에 손을 대고 들어가야 하고, 버스카드와 지하철 패스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지문이 바로 현금카드이자, 신용카드가 될 것이고 주민등록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개인의 지문정보를 추적한다면 개인의 모든 일상적인 활동을 감시하게 되고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주민등록제도는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군사독재정권의 잔재이며, 나아가 전자감시사회의 최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등록제도에 대한 개선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주민등록에 의해 수집되는 개인정보의 양을 대폭 감소시키고 지문과 같이 특히 문제가 있는 개인정보는 수집을 금지시켜야 한다. 거소파악과 행정편익이 목적이라면 주거관계를 확인하는 정보 외에 다른 정보가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중앙정부에서 일괄관리 할 이유가 없고, 자치단체별로 분산시켜 관리해야 한다.


   권리와 인권을 보장하는 대안 모색돼야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 세대별 구성 등 핵심적인 개인정보로 구성되어 있으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번호를 사용해야 한다.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는 가장 큰 개인정보유출의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 번호체계는 증명서 발급 일련번호의 형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등록제도를 개선하라는 요구에 대해, 국가의 기본질서로 자리잡고 있어서 개선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과연 바꿀 수 없는가 하는 점인데, 가장 어려워 보이는 주민등록번호의 경우도 바뀌어 왔고 앞으로도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68년 11월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부부의 주민등록번호는 ‘6110101-1000017’과 ‘6110101-2000027’였고 12자리 번호였다. 그러던 것이 현재의 체계로 바뀌었고, 2천년 이후의 출생자들의 성별구분은 Y2K 문제로 3과 4번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처럼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죽을때까지 평생 짊어져야 하는 바코드 시스템에서 벗어나 증명서 발급의 일련번호로 개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단지 국민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권의 의지가 문제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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