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호 [시사쟁점] 민주노동당(준) 권영길 대표 인터뷰
2003-04-04 14:03 | VIEW : 27
 
129호 [시사쟁점] 민주노동당(준) 권영길 대표 인터뷰
“이제, 계급과 대중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김성희 편집위원


▶`현 시점에서 진보정당 창당이 섣부르지 않은가라는 우려에 대한 견해는?

   진보정당 창당의 시기상조론은 민중의 주체적 역량을 과소평가 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 민중의 역동적 결집력은 매우 뛰어나다. 물론 시민운동의 역량은 아직 성숙되지 못하였을지라도 진보정당이 민중과 시민사회의 역량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지니는 가장 큰 의의는?

   보수정계의 움직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재 국내의 정치적 상황은 새로운 헤게모니 장악의 재편기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은 사회정치의 구도를 보수와 진보의 양자 대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심축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일고 있는 국제적 상황에서는 그것에 맞서는 역할은 진보정당일 수밖에 없다. 즉, 현재의 정세에서 진보정당의 창당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의 당정치가 지니는 의미는?

   정당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는 국가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며, 국가를 운영하고자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역시 이를 목표로 한다. 국가권력의 쟁취는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이루거나, 혹은 비·반합법적인 방식의 운동을 통해 이룰 수 있다. 물론 비·반합법적 운동의 영역은 그 나름대로 역할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투쟁은 분단국이라는 한국 사회에서 오히려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선거를 통한 대중 지지의 확보를 통해서만이 국가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당내 수평적이며 민주주의적인 절차 확보를 위한 대안은?

   진보정당의 모든 안에 대한 결정은 하부 대중의 참여 속에서 이루어져야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역활동이 중시되어야 한다. 예컨대, 중앙위원회에서 모든 안들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구당 중심의 조직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의 결정 권한을 90%로 확대함으로써, 즉 지역적 특성에 따른 민중의 욕구에 따라서 당의 모든 것이 결정되어야 한다.

   ▶`과거 진보정당의 패배요인은 무엇이며, 이와 민주노동당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과거 진보정당의 패배 사례를 들어 진보정당에 대한 비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는데, 사실상 한국에 진보정당이 존재했었던가. 이승만 정권하의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이 유일한 진보정당이었다. 4·19 당시의 정당은 특수한 경우에 불과하며, 87년 이후 대선에 나타난 정당 역시 대선 이후 해체됨으로써 진보정당으로 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한겨레당, 민중당 역시 진보정당은 아니다. 즉, 수많은 진보정당이라는 수사는 맞지 않다. 지금 민주노동당은 과거와 달리 안정된 노동조직과 기층대중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선거 결과에 의해 존속 여부가 결정되던 과거의 당과는 다른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한국의 정칟경제체제에 대한 대안체제는 무엇인가?

   합법적이고 제도적인 정당을 통해 자본주를 타도하겠다는 전략은 어패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자본주의의 타도가 아니라 자본주의체제를 극복하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사회체제인가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구소련의 현실사회주의, 유럽 사회민주주의, 유럽 노동당 등 기존모델들의 장· 단점에 대한 단선적인 비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당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시장 경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격도, 수용도 아니라 민주적 체제 내에서 한국의 정칟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찾는 일이다.

   ▶`철저하게 계급 중심적인 당이어야 한다는 주장과 대중정치를 수행할 수 있는 폭넓은 성격을 지녀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계급이냐, 대중이냐의 이분법적 사고틀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한국 사회구조에서는 그런 단선적인 선택이 가능하지 않다. 노동자라는 개념을 확장시켜 생각해야 하며, 이에 계급과 대중의 관계는 수적인 것도, 이념 중심적인 것도 아니다. 무조건적인 대중추수주의가 아니라 양자간의 결합을 사고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견해는?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만의 당이 아니다. 창당을 준비하는 처음의 과정에서부터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이 함께 하고 있다. 어떻게 다른 세력을 포괄할 것인가의 질문은 옳지 않다. 민주노동당원의 70%가 노동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중심이 되어서 누구를 종속적으로 끌고 가고자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의 조합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과 다양한 운동진영과의 연대를 위한 고민은?

   조합주의적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노동운동은 진보운동의 하나의 도움처가 되어야 하며, 이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새로운 노동운동의 필요는 새로운 정치의 영역에 대한 요구이다.

   그리고 남성 중심성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이나, 현재 민주노동당에서는 참여자의 30% 이상이 여성이어야 한다는 규약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많은 여성 인자가 부족하다. 이는 여성운동의 맥락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환경운동, 통일운동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각 운동영역과의 당장의 결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운동진영간의 네트워크 건설은 중요하다.

   ▶`청년진보당에 대한 입장은 어떠하며, 그 차이점은 무엇인가?

   언젠가 함께 가게 될 것이다. 어떻게 다르냐는 것은 잘 모르겠다. 청년진보당도 합법적인 방식으로 나아가는 정당이라는 것을 밝혔으며, 보궐 선거에도 참여하고 있다. 결국 실정법 속의 활동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청년진보당의 경우 학생 중심이지만,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현실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2000년 총선 이외의 지속적인 운동 전략은 무엇인가?

   총선은 단지 선거 공간을 활용하여 우리의 정책을 선전하고, 민중의 고통을 담보하기 위한 민주노동당 활동의 일부일 뿐이다. 일상적 투쟁이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의 일차적 과제는 부패정치 구조의 청산이며, 이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이다.

   그리고 재벌경제구조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해체하고 실업자문제, 주택문제 등의 사회보장망을 확충하며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맞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대중 정권에 대한 입장은 어떠하며, 김대중의 개혁정치에 대한 평가는?

   김대중 대통령의 개혁의지와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 성과는 없었다. 개혁에 대한 원칙과 바탕이 잘못된 것이다. 초국적자본을 대변하는 국제정치적 상황, 시장경제 중심의 경제적 토대로부터 벗어나지 않고서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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