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호 [겨울이야기 첫 번째 : 밀레니엄과 민중행동] 신자유주의와 노동전략
2003-04-04 14:11 | VIEW : 25
 
134호 [겨울이야기 첫 번째 : 밀레니엄과 민중행동] 신자유주의와 노동전략
새천년 두 미해결 과제

박상호 / 정치외교학 석사 2차



  카산드라 프로젝트(미국의 Sprit in Action에서 발표한 Y2K 개인대처사항), 인류가 지난 백년간 만들어낸 최대의 걸작에 의해 야기될지도 모를 공포 앞에 우리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고작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무전기를 준비하고 식량과 현금을 비축하는 등의 일들이 전부라니.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세계는 이제까지 누려왔던 문명세계의 세련됨을 잃게 될까 안절부절하고 있다. 그러나 애당초 우리에게 새 천년의 기대와 희망은 과분한 것이 아니었을까.

  먼저, 『실업자 운동, 어떻게 할 것인갱(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 문화과학사)는 97년 IMF이래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실업’이라는 화두를 구조적인 맥락에서 다루고 있으며, 그간의 논의와 운동을 실증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론적 고찰로부터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실업정책에 대한 비판과 실업 노동대중의 삶, 그리고 궁극적으로 현시기 실업운동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들은 ‘실업노동자’라는 개념을 통해 노동자와 실업자 사이의 분열을 극복하고 다양한 노동진영 부문들의 연대와 투쟁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의 연장선상에서 ‘실업자 노동조합’을 제안한다. 사실 이렇게 현장에서 펴낸 글들에 대해 뭐라 토다는 것 자체가 좀 미안해질 때도 있다. 그만큼 반복된 실험과 검증이 가질 수 있는 설득력을 인정하는 한편, 아직은 맹아적 단계에 있는 실업운동의 진로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유보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정보시대의 노동전략』(이상락, 갈무리)은 현시기 노동계급이 직면한 두 가지 상이한 상황에 대한 인식 즉, 슘페터주의와 정보사회의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저자는 포드주의 위기 이후 일부에서 슘페터주의적 자본의 공세가 등장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노동전략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저자가 『자본론』 제1권의 시초적 축적단계에서 토지로부터 분리된 농민들의 운명을 은유적으로 거론하면서, 현재의 통신 네트워크가 아직은 자본의 완전한 지배영역이 아닐뿐더러 앞으로도 노동계급의 투쟁의 영역으로 유지되기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노동의 객체화를 유지하려는 자본의 전략에 대항하는 노동계급의 자율적인 힘에 대한 인식과 자본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려는 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다분히 그람시안적이란 인상이 강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실망을 안겨 줄지 모른다. 여기 소개된 이 두 권의 책은 새로운 천년의 안쪽과 바깥쪽의 경계를 아우르는 미해결의 숙제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우리가 지향해야할 나름의 기획을 포함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메시지가 고대 트로이 전투의 예언을 연상케하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때문일까. 아니면 메시지 자체의 운명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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