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호 [시사기획] `시민운동의 새로운 전화를 위해 ① 총선연대와 시민운동
2003-04-04 14:12 | VIEW : 24
 
135호 [시사기획] `시민운동의 새로운 전화를 위해 ① 총선연대와 시민운동
낙천운동, 한국 시민운동의 분기점

남청수 편집위원

지난 1월 12일 ‘2000년 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연대)’를 발족시키면서 시작된 ‘낙천/낙선운동(이하 낙선운동)’은 지금까지 두 달 가까운 기간동안 한국 시민운동 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의 전국민적 참여와 관심을 유도했다. 1월 12일 이후 한 달 간의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38만명을 기록한다는 것이나 자발적 시민 후원금이 2월 14일 현재 1억 8천만원을 넘었다는 정량적인 지표로는 이번 낙선운동에 대한 국민적 열기를 완전히 표현해 내기에는 부족할 정도이다.

사실 낙선운동에 대한 이런 엄청난 반응은 총선연대의 시민단체들 당사자도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이후엔 분위기에 낙선운동이 본궤도를 벗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게 되었다.한편, 총선연대의 홈페이지에는 낙선운동을 지지 격려하는 글에 못지않게 이에 대한 반대의 글들 역시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한 지지가 절대다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번 낙선운동의 의의는 ‘부패인사 낙천/낙선’이라는 사안에 대해 전국민적인 하나의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것보다는 공공적인 이슈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데서 찾아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금 낙선운동이라는 경로를 통해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슬슬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축제를 즐기듯이 말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찬/반이 아니라 이번 낙선운동이 한국사회의 시민운동에서 상황에 따라서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이는 낙선운동과 그것의 주체로서 총선연대라는 조직이 갖는 또 다른 의의라고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앞서 서술했던 이번 낙선운동에 대한 ‘전례없는 국민적 지지’라는 지점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지지열기 신중히 바라봐야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과정 중에서 야기된 대규모의 국민적 참여와 관심은 이번 운동의 가치와 의의를 새롭게 규정할 수 있을만큼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이기는 하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선운동의 최종적인 평가가 무엇보다도 4·13 총선의 결과에 절대적으로 달려 있다는 데에 있다. 이것은 다시말하면, 현재 나타나는 ‘국민적 관심’은 4·13 총선 결과에 따라 ‘과연 총선혁명이었다’ 이거나 ‘이번 총선도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로 사후적 평가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지하다시피,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에서는 하나의 특징적인 현상이 있는데, 그것은 선거 이전에는 개혁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나다가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그 수치가 점점 떨어지는 것이다. 가장 비근한 예가 바로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였다. 김영삼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분출된 개혁에 대한 국민적인 여망은 대선 후보들 중 김대중이 2위인 이회창에 대해 지지여론조사에서 줄곧 10% 이상의 우위를 나타내게 하였다. 하지만, 그 차이는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줄어들었고 막상 대선 결과에서는 1%를 갓 넘는 근소한 차이로 끝을 맺게되었다. 이번 낙선운동에 대한 국민적 지지에 대해 4·13 총선 이후로 평가를 유보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이런 전례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국민적 지지에 대한 평가는 바로 그 국민적 지지의 ‘진정성’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낙선운동이 다른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우리의 시민운동과 그 규범적 주체인 시민 간의 현실적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낙선운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4·13 총선에서도 그대로 발현될 것인가의 여부는 이 실험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실험의 성패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번의 낙선운동이 그 누구도 아닌 총선연대라는 전례가 없는 조직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서 중요성을 더한다.

총선연대는 우리나라의 크고작은 시민단체 470여개가 낙선운동이라는 하나의 깃발을 보고 모여든 것을 의미한다. 한국 시민운동이 태동한 이래 가장 많은 시민단체의 연합이라는 것이 이번 낙선운동에 긍정적인 평가요소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 그것 자체가 이번 낙선운동의 결과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총선연대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 즉, 총선연대의 경우 4·13총선을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구성된 연합조직이며, 총선 이후에는 구성하고 있던 인력들이 각자 본래의 소속 기관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특성 또한 그 결과에 대한 짐을 배가시킨다.

이러한 두가지 요인은 총선의 결과에 따른 시민운동의 여파를 추론해보는 데 유효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총선의 결과가 실패로 나타났을 경우를 상정해보자. 실패라는 결과가 야기할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효과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낙담에 따른 전반적인 시민운동의 침체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낙선운동에 대해 이례적인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단순히 긍정적인 요인으로만 작용할 수 없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즉, 무언가 변화에 대한 열망이 남다르고 지금처럼 시민단체 당사자들 조차도 감당키 어려운 기대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상황에서 최종지점인 총선의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난다면, 이에 따른 국민들의 열망은 그만큼 더 클 것이다. 이런 실망감은 시민운동자체에 대한 회의로 전화할 수 있고, 이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한국의 시민운동의 토대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선거혁명’, 그 이후는?

한편, 성공했다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그것은 이번 낙선운동을 통한 총선연대의 활동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는 ‘메이저 단체의 실적독점구조’라는 한국시민단체들 간의 고질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즉, 성패와 상관없이 총선연대는 총선 이후 사실상 해체된다고 본다면, 그 과정에서 나타날 그러한 문제는 분명 시민단체간 갈등요인이 될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현재 2억이 넘는 성금이 모였는데 총선연대 해체 이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따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메이저단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존의 구도에서 그리고 그들이 주도한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이 전국민적 지지를 얻고있는 현 상황에서 볼 때 그 결과가 너무나 확실하다는 것이다. ‘총선혁명’이라는 극찬을 얻으면서 한국의 시민운동에 거대한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는 총선시민연대와 낙선운동의 결과가 비극적이라면, 우리에겐 지금 하나의 과제가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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