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호 [시사논평]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2003-04-04 14:29 | VIEW : 27
 
147호 [시사논평]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조선일보의 백년지대계는 오리무중

남청수 편집위원

  
지금까지 본 기획에서는 조선일보의 일반적 경향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즉 이것저것 걸리는 대로 얘기해본 것인데, 얘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끌기 위해서 교육으로 초점을 맞추어보기로 하겠다.
11월 6일자 조선일보 사설에는 ‘7차 교육과정 공방’이라는 사설이 실렸다. 이 글에는 사실 따져보면 조선일보 사설의 문제점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는데, 하나는 글 자체의 논점이 흔들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에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 했던 주장과 모순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앞의 것. 이 글은 “한국교총과 전교조갉 대규모 집회등 극한투쟁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다수 교사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으로 봐야 하며” 정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재검토해야”한다고 시작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면 “7차 교육과정 자체는 바람직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막상 이를 가르칠 교사들이 극력 반대하고 나서는 바람에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된 것”이라며 교사측의 주장에 제동을 건다. 그렇다면, 교사들이 생떼를 쓰고 있다는 뜻인가.
이런 의문은 다음 문단에서 분명해지는데, “과거 수없이 단행한 교육개혁이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음을 감안할 때… ‘수요자 중심의 열린 교육’을 구현하려던 정부계획은 처음부터 차질을 빚을 것이 뻔하다”가 그것이다.

반면, 다음 문단에서 전교조와 교총이 주장하는 ‘7차 개정’의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다. 현재의 열악한 교육상황에서 “수준별 교육”은 “우수학생”위주가 될 것이며, 이는 “교육붕괴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의 반응은 “그렇다고 지금의 학교교육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오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조선일보의 논점은 세 번 바뀌었다. 그것도 쟁점을 ‘정부의 합리적인 정책 對 교사들의 실력 저지’ 쯤으로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면서 말이다.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한 몇가지 글을 더 살펴보면 뚜렷해진다.
금년 5월 2일자 사설 ‘저소득층 과외 지원?’에선 저소득층의 과외지원이라는 정책에 대해 “공교육은 더 위축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공교육인 학교교육의 현실은 어떤갉 교실붕괴, 학교붕괴란… 실정이 말해주듯이… 부실학생을 양산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여기서 제기하는 것은 보편교육으로서 공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평소 교육정책에 대해서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평준화 교육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이는 5월 17일자 ‘고교평준화 이제 깨자’나 4월 13일 ‘교육무너지니 조기유학 떠나지…’에서 “고교 평준화로 인해 고등학교는 교육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교육재정을 늘리는 것도 소용없고(6월 20일 ‘만만한게 교육세인갗) 우수 공립고를 지원하거나 자립능력있는 사립고에 모집자율권을 주는 것이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이 글들이 조선일보의 교육관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음모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교육재정을 늘리지 않고 공교육을 실시하면서 우수학교에 지원을 강화하자는 얘긴데, 그건 왠지 필자에게는 교육재정을 모아서 잘하는 애들한테만 주자는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1등만을 바라보는 공교육’이라. 사교육비를 줄이는 목적이 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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