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호 [시사논평] 조선일보의 비전, ‘탈법’을 위한 특별법
2003-04-04 14:31 | VIEW : 15
 
148호 [시사논평] 조선일보의 비전, ‘탈법’을 위한 특별법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김일란 편집위원

  
신문이 믿음을 주는 방법 중 하나는 판단의 잣대를 얼마나 공정하게 대느냐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가장 잘 쓰는 잣대는 ‘적법성’이다.
즉 어떤 사안이 있었을 때 그것이 법에 따른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판단을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법질서를 무시한 행위”에 대해서 예의의 그 근엄한 논리로, 점잖게 꾸짖었다. 11월 6일자 조선일보에는 ‘‘박정희 비판’과는 별개의 문제다’라는 사설이 실렸다. 이것은 얼마 전 있었던 박정희 흉상 철거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 글의 논조는 하나의 공공 조형물이자, 이제는 역사적 유물이 된 이 흉상을 “아무런 합법적 절차도 밟지 않고 임의로 철거한 행위는…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이다. 진심 어린(?) 충고를 더 들어보자.

공공 질서 묵살 행위는 박정희 기념 반대 운동의 “도덕적 우위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클 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박정희의 흉상이 “후세에 (5·16)쿠테타를 고발하는 효과”를 줄 것이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목적에 앞서, 합법적 절차를 강조하는 조선일보의 논리는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이다. 박정희는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국회해산, 정치활동 금지, 대학가 휴교, 언론 보도 사전 검열 등 전 과정에서 불법적 행위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치에 대해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알맞은 조캇(1972.10.18일자 사설)이자 “구국의 영단”(1972.12.28일자 사설)이라고 평가하였다고 한다.

한편, 지난 정기국회 때,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조선일보의 논리를 보자. 선거 비용실사 개입 의혹 및 한빛은행 거액 대출 의혹과 관련하여, 한나라당은 장외투쟁을 강행하였다. 조선일보의 방식대로라면 이 사안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밖으로 나간 이유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정기국회 회기 중에 국회의원들이 안건의 처리라는 업무를 뒤로 한 채 국회 밖으로 나선, 즉 ‘직무유기’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어느 문제에 대해 일단 당론이 정해지면 그것에 따르고 참여하는 게 기본 도리”라며, 문제의 핵심을 당원으로서의 도리로 왜곡시키고, 장기적 장외투쟁에서 등원하려는 의원들에 대해 “차기 대권후보 싸움을 의식한 한나라당 비주류 인사들의 조급증”이라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10월 3일자 사설 ‘야당의 집안사정 우습게 됐다’)

이런 현상은 의료파업에 대한 입장에서도 나타난다. 류근일 주간은 9월 16일자 칼럼에서 “‘남·북’과 관련해서는 그토록 유연한 집권 측이 일부 내정에 있어서는 이상하리만큼 경직”되어 있다고 평가하면서, 오로지 ‘여당의 탓’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가 좋아하는 법은 박정희에게도 의사에게도 없다. 이건 어쩌면 조선일보가 그토록 주장하는 ‘법’이 적어도 한국 사회에선 특정한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박정희 흉상 철거 사건으로 돌아가서, 11월 6일자 사설에서 “집단적 불법행위엡경찰이 까맣게 몰랐다”는 경찰의 소극적 대응을 비난하였다. 이건 ‘혹시’ 조선일보의 앞뒤 재지 않고 비합리적인 음해로 현 정부를 공격하는 바로 그 ‘방법’을 취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혹시’ 경찰의 출동이 늦는 것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박정희에게 ‘충성(蟲聲)’했는데…. 박정희 흉상 철거가 조선일보 철거로 이어지고…. 경찰이 늦게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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