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호 [편집위원의 세상보기] 라그나그 현상과 플린 효과
2003-04-04 14:36 | VIEW : 17
 
150호 [편집위원의 세상보기] 라그나그 현상과 플린 효과

채형신 편집위원

지난해 9월 25일 통계청은 1998년말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74.4세(남자 70.6세, 여자 78.1세)로 26년전인 71년(62.3)세에 비해 12.1세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모두 3백37만명으로 전체인구의 7%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오는 2022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7백53만명)를 상회하여 ‘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발전하는 기간이 프랑스 1백15년, 스웨덴 85년, 미국 71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22년은 초고속 진행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 진입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라그나그’ 상황에 빠질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라그나그 현상이란 고령화에 따르는 사회적 불행에 대비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걸리버가 여행했던 소외, 우울증, 아집과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들의 나라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일부학자들은 “연금수급자와 국가보호대상자는 증가하고 부양노동력은 감소하게 되어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고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전면 검토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러한 경제적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대격차에 따른) 사회분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7%를 넘어섰으며, 이들을 부양하기위해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한국의 경우도 세대차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이는 급격한 평균수명의 증가와 교육기회의 확대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한 세대 전인 1970년도의 평균수명은 남자 59.8세 여자 66.7세였다. 1930년의 평균수명은 남자 32.4세 여자 35세로 현재의 절반 이하였다. 반면 교육수준은 급격히 증가하였다. 현재 70대 이상인 분들 중에는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부모세대에는 중고등학교가 일반적 교육수준이었으며 초등학교만 나와도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율은 1:1수준이며 대학원도 일반화되었다. 이러한 세대간의 교육차는 세대차를 재상산한다. 컴퓨터를 자유롭게 다루는 손자는 TV 리모컨을 작동하지 못하는 할머니와 세대차를 느끼기 마련이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세대간에 IQ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플린 효과’로 불리는 IQ 증가 현상은 80년대 초반 뉴질랜드의 심리학자 제임스 플린이 각국의 IQ지수 변동 추세를 조사하면서 밝혀졌다. 최근 10년사이에 미국인의 평균IQ는 3점 증가하였으며, 13개국 이상의 개도국에서도 5∼25점 증가했다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는 시각매체의 증가, IQ 테스트의 반복효과, 교육의 확대, 영양섭취 증가, 조기교육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을 통한 IQ 증가가 가능한 것처럼 손자의 IQ 증가가 할머니의 무지를 깨닫는 쪽보다는 이해하는 쪽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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