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호 [시사기획] 언론개혁리포트-③ 대안언론운동의 성과와 한계
2003-04-04 14:39 | VIEW : 23
 
152호 [시사기획] 언론개혁리포트-③ 대안언론운동의 성과와 한계
대안언론이 뉴미디어의 날개를 달다

장호 / 국민주방송추진위원회 사업기획팀장

대안언론운동의 논의과정에서 전제는 방송을 포함한 기존 언론의 성격과 한계다. 권위주의체제에서 한국의 언론은 정치권력과 자본의 이해를 보전하는데 앞장서 왔다. 공공성과 공익성의 추구라는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포기함으로써 언론은 성장한 시민사회영역의 반발에 직면했다.
권위주의체제의 해체와 더불어 시민사회영역의 시청료납부 거부운동이나 기사 모니터링 활동 등 ‘선의의 간섭’으로 언론의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시민사회영역의 관점에서 볼 때 기존 언론은 여전히 개혁의 대상일 뿐이다. 날로 심화되고 있는 언론의 선정성, 편파성, 상업성은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대안언론에 대한 요구로까지 확장되었다.

대안언론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언론의 문제는 진입장벽 구축을 통해 획득한 독과점의 지위와 정확하게 맞물려 있다. 한국의 거대언론은 독과점의 지위를 활용하여 광고시장을 분할했다. 그 과정에서 자본에 편승하고 정치권력을 압박하는 정책을 구사했다.
언론의 독과점은 여론의 독과점에 다름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존언론의 독과점구조를 와해시키고자 하는 대안언론운동의 모색은 ‘한겨레신문’의 창간과 ‘인물과 사상’, ‘오 마이 뉴스’의 등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대안언론의 범주에서 ‘한겨레신문’은 제외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여론의 독과점을 완화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함으로써 대안언론운동의 확장에 기여한 면은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방송시장에서도 대안언론운동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이 현재와 같은 독과점의 지위를 유지하는 한 시민사회영역도 방송 3사의 시청률 제일주의를 제어할 수 없고 따라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기대할 수 없다.

대안언론운동의 논의과정에서 시민사회영역이 주한미군으로부터 회수한 지상파 채널 2번을 시민사회영역을 주체로 하는 공영방송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한 이유도 방송의 진입장벽을 낮춤으로 해서 독과점체제를 와해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방송국의 기간시설을 구축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데다 정치권력도 속보성과 즉흥성, 편의성 면에서 신문보다 뛰어난 여론 전달능력을 갖춘 지상파 방송을 시민사회영역에 양보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논의는 더 이상 이루어 질 수 없었다.

언론독과점 구조에서 탄생
방송에서의 대안언론운동이 논의의 전개과정에서 현실의 과제로 전화된 배경에는 다매체, 다채널, 뉴미디어의 등장이라는 방송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특히 오는 10월 본 방송을 시작할 예정인 디지털 위성방송의 경우 케이블TV의 채널 수를 능가하는 75개 채널을 확보함으로서 폭 넓은 채널 운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위성방송 채널운영사업자도 지상파방송과 대비해 한 달 운영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으로 방송을 위한 설비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조성 외에도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기준에서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뉴미디어를 활용한 대안언론운동의 모색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위성방송사업자가 선정되기 전까지 치열한 각축을 벌였던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과 ‘한국위성방송’(KSB)은 대안언론운동을 추진하는 세력과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양대 컨소시엄이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실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유달리 강조한 KDB가 위성방송사업자로 선정되었다.(KSB는 지난 해 상업방송으로 유명한 루퍼트 머독이 소유주로 있는 ‘뉴스 코퍼레이션’을 컨소시엄에 참여시켜 학계와 언론단체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시작으로 대안언론운동은 새로운 지평을 맞게 되었다.

KDB는 1개의 채널을 엑세스 채널로 할당했고 ‘시민방송’(대표자 백낙청)이 운영의 주체가 될 전망이다. ‘시민방송’에 앞서 지난 97년 3월 ‘국민주방송을 지지하는 100인 서명운동’을 통해 대안언론운동을 주창했던 국민주방송추진위원회도 지난 해 9월 26일 열렸던 실행위원회에서 김중배 전임대표가 “지상파 방송에서 다양한 매체로 가능성을 개방하기로 결정해 위성방송으로 국민주방송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당시 ‘국민주방송’은 양대 컨소시엄으로부터 채널배정에 우선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국민주방송은 인터넷방송인 ‘국민의 방송’과 함께 위성방송 채널사용사업자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국민주방송’의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민주방송’은 뉴스 보도를 포함하는 종합편성채널만이 시청자를 주인으로 하는 공공성, 자본이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성,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하는 다양성, 민족의 화합과 동질성을 추구하는 통일 지향성, 창조적 대안으로 향상된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지향성 등 대안언론운동이 함의한 내용을 수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방송위원회나 KDB의 현재 입장은 보도를 포함하는 종합편성채널은 어렵다는 것이다.

대안언론운동 역량 결집 필요
명망가 중심으로 이루어진 ‘시민방송’과 달리 ‘국민주방송’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27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어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 방송위원회, KDB와의 힘 겨루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성에 대한 지적이 있으나 뉴미디어에 기반한 대안언론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개념의 채용으로 1인 제작시스템이 보편화되고 있고 80년대를 거치면서 독립제작자나 독립 프로덕션 등이 활발한 활동을 통해 지상파방송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열린 구조가 형성된 것도 대안언론운동의 유리한 측면이다.

그러나 위성방송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대안언론운동을 모색하고 주도하는 주체들이 상업성을 전제로 한 사업자와의 협상에 치중함으로서 대안언론운동에 대한 일반 국민의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성방송을 공공재로 본다면 대안언론운동이 시민사회영역의 이익을 대변해 사업자와 협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상층의 논의에 그친 협상의 결과는 ‘시민방송’과 ‘국민주방송’으로의 주체역량의 분산으로까지 이어졌다. 대안언론운동이 언론의 독과점구조를 와해시키고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한 언론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면 협상을 통한 모색과 함께 주체의 역량결집을 통해 대안언론의 대 국민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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