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호 [확대경] 인터뷰, 계약직 노동자를 만나다
2003-04-04 14:51 | VIEW : 34
 
160호 [확대경] 인터뷰, 계약직 노동자를 만나다

성은미 편집위원

“우리 계약직한테는 땅파는 일이나 작업장 정리, 어렵고 힘든 일을 주로 시킨다. 우리가 제일 열 받는 날이 월급날이다. 똑같이 일하고 나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 월급의 3배를 받는다. 어떤 때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내는 세금이 우리 월급보다도 많다.” 똑같은 일을 하고 절반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는다면 세상에 어느 누가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을까.이런 부당함을 개인적으로 인내하기보다는 함께 모여 부당함에 대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여기저기 생기고 있다. 가까운 예가 바로 중앙운수 1번 마을버스 파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투쟁의 본보기인 2000년 12월 7천여명 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로 시작된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이하 한통노조)의 장기파업이 그것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의 중반 즈음에 공공연맹 사무실에서 한통노조의 이재인 선전부장을 만났다. “한통에서 부당해고 하기 전에 7천여명의 계약직이 있었다. 그 중에서는 정규직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10년 이상 일해온 사람들도 있다.”“월급은 퇴직금·기타 상여금·교통비 없이 80만원 정도이다. 등급별로 월급의 차등을 두기로 되어있는데, 대부분 제일 낮은 D등급을 주어 80만원의 월급만 받는다.” 이들 계약직 노동자들의 업무가 정규직 노동자들과 차이가 없는데도 월급은 정규직의 1/3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들은 현재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위해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만약 산재사고를 당하면 바로 해고이다. 계약직 여성의 경우 결혼하거나 임신을 하면 출산휴가 같은 것이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다.”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는 정기휴가가 없고 이들에게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사치스런 바램이다. “2000년에는 3개월, 심지어 28일짜리 계약을 했는데, 계약할 때 세부내용을 보여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화국에서 도장을 맡아두고 관리자가 직접 찍는 일도 허다하다.”

대부분 계약직 노동자들의 계약은 1년이나 6개월 단위로 이루어 진다. 그러나 대량해고를 계획하고 있던 한통은 2000년 심지어 28일짜리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리고 2000년 12월 7천여명 계약직 노동자가 한꺼번에 부당해고를 당하게 되었다. 부당해고 이후 약 1천 4백여명이 노동조합가입을 했고 장기파업은 시작되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 많은 계약직 노동자들이 떠나갔지만 이재인 선전부장은 말한다. “우리 계약직은 인간이나 노동자가 아니라 일하는 기계다. 적은 월급에 막 무시하면서 일시키고, 해고시키고 싶으면 해고시키는 기계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를 사회에 알려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는 우리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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