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호 [논쟁따라잡기] 진보정당과 선거 1
2003-04-04 14:55 | VIEW : 28
 
161호 [논쟁따라잡기] 진보정당과 선거 1

지난 25일 보궐 선거중 동대무구와 구로구에서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은 나란히 후보를 냈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선거전략은 다르다. 여기에는 두 당이 지향하는 진보정당의 위상과 선거를 보는 시각차가 반영돼 있다. 이번 논쟁따라잡기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이 사고하는 선거에 대해서 들어보고자 한다.

불선거혁명의 상상은 금물

정현주/사회당 기관지위원회 정책국장

지난 10월 25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는 보수 우익정당 한나라당의 압도적 승리였다. 우익정당들의 부패로 인한 보궐선거에서도 이들은 단죄되지 못했고, 돈과 조직력을 총동원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자 대결구도는 민중의 정치세력, 즉 진보정당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사회당과 민주노동당은 이 높은 진입장벽 하에 구로와 동대문에서 각각 3, 4위를 번갈아 차지하는 의미 있는 순위를 기록했다. 양 진보정당의 총 득표수는 5천8백96표로 두 당의 득표율을 합쳐도 평균 5%정도에 그쳤다. 원내정당인 자민련을 누르기는 했지만 두 자리수에 못 미치는 득표율은 현행 선거제도에 맞서 정당명부식 완전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정치개혁 투쟁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했다.민중의 정치세력화는 민중 스스로 권력대안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즉, 정치세력화는 ‘민중권력’의 실현이다. 본질적으로 국회를 통한 대의제 정치(형식적 민주주의)는 민중의 정치적·사회적 권리 및 생존권 박탈에 대한 정치적 정당화 과정이다. 오랜 군부독재의 철권통치가 끝나고 90년대 들어 민간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투표장에 선 민중은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국민’이었다. 우익 지배권력은 바로 이러한 형식적·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여 자본과 기득권층의 배타적 지배를 영속화하려 한다.

이 때문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모든 세력은 정치투쟁을 통해 지배권력의 본질을 폭로하고 정치적 진출을 이루어야 한다. 선거공간의 본질을 알고 있더라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범국민적 정치투쟁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한 상황이 아니라면, 선거공간에 직접 뛰어들어 민중 스스로가 국민적인 정치적 실체로 실현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선거혁명’의 환상은 금물이다. 사회당과 같은 진보정당은 노동자·민중의 투쟁과 선거공간에서의 정치투쟁을 병행함으로써 민중권력 실현의 계기와 조건을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주체이다. 우리는 의회진출을 목표로 하지만 그것에 종속되지 않는다. 우리가 자본주의 모순을 부분적 개혁과 정책적 대응, 의회활동만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보정당의 득표도 민중의 정치적 요구를 얼마나 일관되게 대표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믿는다.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사회당은 동대문에서는 여성운동을, 구로에서는 노동자운동을 추구했다.

여성해방선거운동본부의 김숙이 후보는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여성해방선언문을 낭독하며 호주제 철폐의 기치를 높이 들고 가부장제의 낡은 금기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문제를 전면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노동해방선거운동본부의 김향미 후보는 2001년 상반기 대우자동차·한국통신 계약직·캐리어 사내하청 등 노동자 투쟁의 성과를 집약하여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진출을 위해 싸워왔다. 사회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무엇보다 부문운동 스스로의 정치적 진출을 시도했는데 이것은 민중의 정치적 요구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정치투쟁이었다. 사회당은 언제나 자본주의 반대에 철저한 당 자신의 이름으로 지배권력에, 한국사회의 모순과 금기에 맞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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