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호 [시사취재] 제5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
2003-04-04 15:01 | VIEW : 26
 
163호 [시사취재] 제5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
철로 위의 민주노조

성은미 편집위원

누가 이 시대 노동은 종말했다고 말하는가. 정말 노동자는, 노동조합은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가. 그렇다고 긍정하기엔 아직 우리 주위에 끝나지 않은 싸움들이 너무나 많다. 지난 25일 서울대보건대학원에서 열린 ‘제5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에서는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폭력을 비롯한 경찰폭력을 다룬 ‘바보공화국의 똑똑한 노동자들’과 이랜드 노동조합의 265일 장기파업투쟁을 기록한 ‘타협은 없다’ 등 아직 끝나지 않은 수많은 굴곡들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섹스노동자로 분류되는 샌프란시스코 스트립걸들의 투쟁을 다룬 ‘단결하라! Live nude girls unite!’와 정권의 연금기금유용으로 인한 연금액 손실에 대항한 늙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450-은퇴 노동자의 연금투쟁’ 등의 해외작품 역시 노동자, 노동조합 종말론에 대한 구체적 반증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패막작인 ‘철로위의 사람들 :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철도노동조합은 간선제로 노동조합위원장을 선출하는 대표적인 어용노동조합으로 53년간 철도청과 국가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왔다. 53년 어용노동조합을 밀어내고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해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간선제 불법선거를 거부한다. 작년에는 조합비로 경찰과 노동부관계자들에게 떡값을 상납해왔던 것이 밝혀져 많은 사람을 당혹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어용노동조합의 이런 부패만이 아니다. 어용노동조합은 한국노총도 기만이라면서 참여하지 않은 노사정위에 단독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몇몇 대의원을 모아둔 상태에서 인력감축 구조조정안을 통과시킨다. 그리고 지부장들은 항의하는 조합원들에게 말한다. “나는 내 선택을 한거야. 니가 무슨 상관이야” 이런 어용노동조합의 인력감축 구조조정과 철도민영화추진이 철도노동조합원들을 자극시켰다.

인력감축 구조조정과 철도민영화는 노동조합원 해고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조건설은 바로 철도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바로 너와 나의 문제이고, 바로 우리의 문제라는 생각은 2001년 상반기 철도노동조합의 민주노조건설로 나타났다. 민주노조가 건설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철도산업의 산업재해이다. 철도산업은 산업재해가 많기로 유명한 조선 업종 보다 약 7배 가량 많은 사망재해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철도 민영화 반대투쟁을 진행 중이다. 철도노동자의 생존권·고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민주노조를 건설했으니 민영화 반대투쟁은 당연한 경로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제신용등급의 상승은 금융부분의 구조조정의 때문이라는 평가나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철도노동조합의 민영화 반대투쟁이 가야할 길이 아주 멀고 험난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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