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호 [현장의 숨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을 찾아서
2003-04-04 15:10 | VIEW : 26
 
168호 [현장의 숨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을 찾아서

송승환 편집위원

학교 안팎의 모든 삶에 균열을 내고 뒤흔드는 저 보이지 않는 자본의 환영들은 우리들의 영혼에 불안을 지속시킨다.

그 불안에 맞서 안정된 노동을 할 권리를 되찾는 싸움을 펼쳐가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준)”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국에서는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한 여성노동자가 상담을 받고 있었다. 그 풍경 너머 사무국 간사 구미영씨가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다. 비정규직과 불안정노동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일러줬다.

“불안정노동은 고용이나 실업 등 노동시장에서 노동강화와 열악함이 가중되어 언제든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위기를 가리키는 말이고요, 비정규직은 파견노동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화가 오가는 사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법률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그 법률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을 오히려 위협하게 됐다는 것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은 98년 이전까지 불법적으로 시행되어온 파견 근무를 합법적으로 보장해주자는 뜻에서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그게 2년마다 파견 완료 시점에서는 해고의 근거가 되었어요. 그래서 파견법이 오히려 해고를 강화하고 파견노동자들의 고용이 더욱 불안정해져가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셈이에요.”

원 강사와 과외 등의 불안정노동을 통해 힘든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대다수 대학원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학교 밖에서도 있었던 것이다. 파견법 실시와 불안정노동으로 인해 가장 많이 피해를 입고 있는 대상이 어떤 사람들인지 물었다.

“불안정노동화는 남녀 성비에 따라 좀 달라요. 여성의 경우 73%가 비정규직화로 나타나 남성에 비해 여성노동자가 더 많아요. 남성의 경우는 20대 초반이나 50대 후반이상에서 비정규직이 많은 게 특징이에요. 아직도 이 사회는 여성이 일할 권리는 더 적을뿐더러 그 남은 기회마저 쉽게 뺏고 있어요.”

사무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달력에는 한 달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었는데, 그 중에 75차 수요집회가 눈에 들어왔다.

“매주 수요일에는 비정규직철폐를 위한 수요집회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옆에서 계속 해왔어요. 이주노동자와 해고노동자, 실업노동자, 장애우노동자, 여성노동자 등을 아우르는 연대 투쟁의 일환이죠. 요즘에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 조사와 홍보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집배원 노동자들 경우 5년간 5천여명이 감축됐다. 그 과정에서 2명이 과로사하셨어요. 정규·비정규직 집배원 노동자들 실태조사를 통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사무실을 나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외롭게 가고 있는 공부하는 삶을 생각했다. 그리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그들의 아름다운 싸움을 겹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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