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호 [사회취재] 장애인차별철페투쟁 결의대회
2003-04-04 15:13 | VIEW : 37
 
169호 [사회취재]  장애인차별철페투쟁 결의대회
'장애인의 날'에서 '장애해방의 날'로

최남도 편집위원

매년 4월 20일이면 평소에는 잘 볼 수 없었던 장애인들이 야외로, 체육관으로, 놀이공원으로 모인다. 그날만큼은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 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장애인의 날 행사는 장애인을 억압하는 사회구조를 은폐하고,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4월 20일은 달랐다. 장애인들 스스로가 시혜와 동정을 거부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일어선 것이다. 총 94개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해방의 날’로 선언하고 이날 오후 1시부터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서 장애인들은 △노동권 △이동권 △교육권 △시설 비리 척결 △장애 여성의 인권 보장 △최저 생계 보장 △실질적인 참정권 등의 7가지의 요구 사항을 천명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에서 제기하고 있는 권리들은 대부분 이미 법제화돼있는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과 인원의 부족을 핑계로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각 행정 부처는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면서 서로에게 떠넘기기를 일삼고 있다. 일례가 저상버스 도입문제다. 저상버스는 기존의 버스가 가지고 있는 높이와 계단이 휠체어 및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힘든 점을 보완하기 위한 버스다. 도로와 차체의 높이가 약 30∼35㎝ 정도로 이 버스가 운행되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도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대표 박경석)는 저상버스 도입을 위해 지난해부터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투쟁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부처에게로, 보건복지부와 건설교통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의 70%가 실업상태에 놓여있다. 비록 취업하고 있는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노동 강도와 체불임금은 비장애인 노동자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상위 30대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이 이 제도를 지키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장애인을 고용하여 그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비용보다 제도를 지키지 않아서 내는 부담금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장애 여성은 장애인이기에 겪는 고통과 여성이기에 겪는 고통을 모두 받고 있다. 장애 여성들은 자신에게 취업의 기회가 오더라도 쉽게 취업을 결심하지 못한다. 이동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성폭력의 문제가 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장애인의 문제는 비단 사회의 문제가 아니다. 본교의 경우도 장애인들에게 있어서는 ‘모험의 나라’다. 화장실, 식당 등의 편의 시설도 모두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운영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장애 학우에 대한 문제를 학교나 학생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장애계에서 추산하는 장애인은 4백 50만 명. 남한 인구의 10%가 장애인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자주 만나지 못한다. 우리가 장애인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사회로, 공공의 영역으로 나올 수 없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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