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호 [시사쟁점] 경기호황의 허와 실
2003-04-04 15:15 | VIEW : 32
 
169호 [시사쟁점] 경기호황의 허와 실
한국 경제의 호황, 그 뒤에 가려진 공황과 위기

김경수 / 경제학과 강사

『작년 하반기 이후 한국경제는 소비, 건설 등 내수가 활성화됨에 따라 경기가 상승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며, 즉 이미 경기저점을 통과했으며, 최근에는 세계경제의 회복조짐에 따라 수출도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됨. 세계경제의 회복에 따른 수출증가세 확대와 견조한 내수 증가세를 감안할 때 2002년의 성장률은 5%대 후반으로 확대될 전망됨.(2002년 1/4분기 KDI 경제전망)』한국에서 가장 유력하다는 경제연구원에서 내린 한국경제에 대한 올해의 예상이다. 그렇다. 한국경제는 표면적으로는 분명히 경기저점을 이미 작년 연말에 통과하여 이제는 경기고점을 향해 부상할 날만을 남겨놓은 상태이고 심지어 경기호황에 동반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성급하게 이러한 장미빛 평가와 전망을 내놓기에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다.

그 찜찜함의 원인은 5년전인 97년 11월 21일, 한국의 IMF구제금융 지원 요청 이후 한국경제에서 나타난 전례없이 짧은 경기순환의 반복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대 때문이다. 즉 지금의 밝은 경기전망이 위기의 전주곡인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석유파동으로 인한 80년대 초반의 마이너스 성장을 제외하고는 해방이후 앞으로만 고속성장했던 한국경제는 98년 GDP성장률이 마이너스 5.6%라는 파국적인 공황을 맞게 되었다. 대다수의 주류 경제분석가들은 이러한 경제위기의 원인을 주로 내인론과 외인론으로 나누어 설명하려 했다.

재벌부분의 차입경영과 선단식 경영, 노동시장의 지나친 경직성, 금융부문의 낙후로 인한 구조조정의 부진 등등의 내인론과 국제투기자본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인한 급격한 달러화 유출로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외인론이 그것이다.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김대중 정권은 IMF의 교과서적인 처방을 그대로 따라했다. 국내에 달러화가 너무 많이 유출됐기 때문에 달러화를 다시 들여놓기 위해서 국내 이자율을 높여야 한다는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한 정리해고제를 법제화 및 강제화 했으며,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고 무조건 외국에 팔아버렸고 공기업들을 민영화시키려 했다. 혹자는 김대중 정권의 일련의 정책을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정책처방과 경기에 대한 시각은 올바른 것이었을까. 98년 이후 약 2년여 동안 GDP성장률이 평균 10%가까이 되면서 한국경제는 다시금 ‘기적’처럼 성장을 재개했다. 이른바 벤처붐과 IT기술의 확산이라는 미국식신경제현상이 한국경제에도 나타나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은 IT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 제작년 초에 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천포인트와 2백포인트를 넘어섰고 온 나라가 신경제열풍에 휩싸였다. 그리고 한국경제는 IMF에게 빌린 부채를 다 청산하고 ‘외환위기가 끝났다’라고 공언할 정도였다. 또한 고금리 정책은 종식되고 금리는 낮아지기 시작했다. 일면 신자유주의적 정책처방과 경기시각은 맞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공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작년 하반기부터 한국경제는 다시 침체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고, 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연일 곤두박질 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작년 하반기 이후 내수의 회복을 바탕으로 경기회복을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은 IMF경제 위기 발발 이후 호황기가 24개월, 불황기가 12개월로써 해방 이후 호황기가 평균 34개월, 불황기가 평균 17개월인점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경기순환의 폭은 커지고 주기는 짧아졌음이 뚜렷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짧아진 경기순환이 한국경제의 장기적이고 구조적 위기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순환에 일희일비하면서 고금리정책과 저금리정책을 반복하면서 정리해고, 공기업민영화, 규제완화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경제의 역동성을 보다 심화시켜 경기호황과 불황의 널뛰기를 보다 짧은 기간동안에 반복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전반에 걸쳐서 불확실성이 심화된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가 일견 끊임없는 공황과 위기에 처해 있지만 결코 쉽게 망하지 않는 이유는 자본주의 스스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거쳐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기 때문이라는 슘페터의 주장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현재의 호황이 자본주의사회에 내재된 장기적 위기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한국경제가 새로운 성장의 엔진을 찾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과거에 한국경제의 성장의 원동력이자 알파와 오메가는 재벌이었다. 그러한 재벌로 말미암아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그 재벌에 대신해 IT 벤처가 나타나고 규제완화와 신자유주의로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려고 했었다. 경기가 뜨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는 무엇을 가지고 먹고살아야 하는지를 걱정해야 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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