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호 [아웃사이더 ] "이 집 딸 사고 쳐서 학교 그만뒀어?"
2003-04-04 15:59 | VIEW : 29
 
171호 [아웃사이더 ]  "이 집 딸 사고 쳐서 학교 그만뒀어?"

박하나 / 수서디딤돌학교 학생

학교는 배움을 위한 곳이다. 또한 세상을 나가기 전에 갖추어야할 것들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에서는 공부와 대학진로에 대한 강요와 차별만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이런 일방적인 학교를 원하는 것이 아닌데 점점 이렇게 변해 가는 것이 아이들을 학교로부터 나가게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일방적인 학교에 지쳐서 학교를 피해 아무 준비 없이 사회로 나와버렸다. 자퇴를 생각했을 땐, ‘지겨운 학교도 안갈 수 있고 선생님들의 잔소리도 안들을 수 있어 이젠 편할 수 있을 꺼야.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때 내 인생인데’, 이런 식으로 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은 나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는 윗집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내가 자퇴한 이유가 뭐냐고 옆집 아주머니께 물어 봤다고 한다.

“이 집 딸 사고 쳐서 학교 그만뒀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아마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자퇴는 소위 문제아들이나 하는 일이다라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자퇴한 아이들은 학교를 포기 한 것이지 배움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내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제대로 제 꿈을 찾을 수 없을 것 같기에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퇴를 하고 나니 내가 소속해 있을 곳은 없었다. 내가 속해 있을 곳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아무 것도 못하고 지낸 것 같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들은 속해 있을만한 조그마한 공간조차 없는 걸까. 우리 같은 아이들에겐 그런 조그마한 공간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일까. 점차 많은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고 있는데 사회는 우리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 사회는 우리에게 너무 무관심하고 냉정한 것 같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나와 같은 학생들에게 갈 길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적은 반면에 차가운 시선을 주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인가 보다.

그래도 사회는 우리들을 다 차가운 시선으로 보는 건 아닌가 보다. 대안학교라는 것이 있는데 그 곳은 나와 같은 아이들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내가 갈 길을 제대로 제시 해주는 것 같다. 나도 그곳을 다니고 있는데 아직은 몇 일 다니지는 않았지만 정말 이 곳에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희망이 다시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대안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아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다니면서 많은 일반학교에 문제점을 개선하고 싶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우리들이 바꿔 나갈 수 있다면 아마도 일반학교 많은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더 이상 학교가 싫어서 나같이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도 없어 질 것이고 힘들어하지 않아도 될 그런 사회가 올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일단 이 곳에서 검정고시를 보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고등학교 졸업장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졸업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일단은 검정고시를 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관심으로 두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자료도 찾아보고 내 적성에도 맞는 것이 무엇인가도 생각해보고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삶의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을 밟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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