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호 [대선특집Ⅲ] 진보진영 대선 대응 어떻게 하나
2003-04-04 16:40 | VIEW : 30
 

진보진영의 통합적 대응 좌절


한편 김영규 후보가 등록한 사회당 대변인실에 따르면 “자본주의가 인류의 대안이 아님을,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폐기해야만 노동자 민중의 해방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사회주의 후보와,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체제를 개량함으로써 인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민족주의/사민주의 후보가 맞붙게 되었다. 97년 성사되지 못한 개량과 변혁의 대립구도가 2002년 민족주의/사민주의와 사회주의로 가시화되고 있다. 범 자본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극복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와의 충돌, 이것이 2002년 대선이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활동계획에 대해서는 “가장 급진적인 반자본 대중투쟁을 통해 사회주의자를 조직하고 국민적으로 사회주의를 알려낼 것이다”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 ▲반전평화 한반도평화체제구축 ▲소유의 사회적 통제를 통한 빈부격차해소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통한 모든 차별 철폐와 같은 3대 핵심 방향을 중심으로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회주의 독자후보론 역시 구체적 정세속에서 사회주의 진영의 결집이 어떠한 의미를 갖으며 그에 대한 정치적 전망이 어떠한지를 밝히지 않는 한, 의회주의에 대한 비판을 면하긴 힘들어 보인다.

한 국가의 수장을 뽑는 선거라고 한다면, 그것이 민주적이고자 한다면 후보자들과 정당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는 현 정세의 특징을 김대중 정권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개혁세력의 몰락과 보수세력의 재등장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선의 의미를 “지배계급으로서는 반복되는 위기를 관리하고 재봉합할 새로운 지배분파를 형성하는 권력재편의 계기이다. 또한 민중진영으로서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반민중성과 파국성을 드러내고 한국사회를 민중적-민주적으로 재편하는 힘을 모으는 계기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중진영이 김대중 정권 하에서의 내부 혼란을 일소하고 사회적 합의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절충하려던 개혁세력을 대체할 반동적 신자유주의 정권의 출현에 대해 본격적인 투쟁의 태세를 갖추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선에 대한 상(像)이 조금씩 달라서인지 진보진영의 통합적 대응은 일단 좌절되었다. 사회당은 이에 대해 “92년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충돌했다면, 현재의 진보는 분명히 개량과 변혁, 즉 민족주의/사민주의와 사회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분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즉 “통합적 대응의 내용이란, 자신을 반자본주의 정치세력이라 규정하는 사회주의 정치세력간의 통합이며, 이 통합이 무산된 가장 명확한 이유는 민족주의와 사민주의를 포함한 통합을 염두에 둔 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노동자의 힘에서는 ‘전국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를 제안하였고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전국연합, 사회진보연대가 함께 공투본을 건설하기 위한 예비모임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공투본을 경유해 후보자 민중경선을 치르고 대선 투쟁에 주체적으로 나서고자 했었다. 그런데, 공투본 논의 과정에서 노동자의 힘이 ‘공투본 후보의 법적 등록형식 문제’에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기존의 조직의 명칭을 써서는 안된다는 것을 공투본 결성의 전제조건으로 고수하였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투본 제안을 스스로 철회하여 공투본은 무산되었다.

대중들에 의한 직접 민주주의를 위해

이에 대해서 노동자의 힘은 기관지를 통해 “노동자 계급의 투쟁을 가로막는 일군의 선거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을 오히려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인 무기를 가지고 하는 비판으로 전화시키고자 하는 계급적 좌파의 정치적 실천을 조직해 내는 데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즉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선거주의적이면서 대리적인, 탈노동자계급정당이면서 노동자계급의 정당으로 상징화되는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평가와 아울러 이번 공투본 제안 철회의 실질적인 책임 당사자는 노동자의 힘을 비롯한 계급적 좌파진영임을 주장했다. 공투본 예비모임에 함께 참석했던 사회진보연대 역시 “공투본 무산은 2002년 가장 올바른 대선 전술이 파탄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분할되고 있는 대중운동의 재조직, 대중투쟁을 통한 새로운 전선형성, 민중운동의 계급적 단결강화를 위해 매진할 것이다”라고 정리하였다.

지난 민주화 운동의 역사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오류와 한계들을 또 만나게 될지, 아니면 역사의 일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5년에 한번. 자신의 모든 권리를 한 표에 담아 ‘전문’ 정치인에게 양도하는 것으로는 결코 민주주의의 실현에 가까워질 수 없을 것이다. 노무현이냐 이회창이냐, 혹은 민주노동당이냐 사회당이냐의 왜곡된 관점을 통해 우리의 삶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 듯 하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중들에 의한 정치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의 선거가 아니라, ‘순진한’ 유권자들의 선거가 아니라, 각 영역들의 요구와 문제제기들이 좌충우돌하며 전면으로 부상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의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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