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호 [공명 共鳴] 노 대통령의 방미 결과 제대로 보기
2003-05-28 12:47 | VIEW : 92
 

그러나 노 대통령도 강조한 것처럼, 이번 방미의 성과 여부를 판단할 가장 큰 기준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했는가의 여부를 따지는 데 있다. 이 점을 볼 때, 이번 방미는 참담함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단순 논법 이외에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책적 내용을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 비타협주의를 고수하면서 제국주의적 속성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을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에 코드를 맞춰주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공동성명에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제거를 위해 노력해 나간다”는 점이 명시된 것을 가장 큰 성과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적 해결 원칙은 미국이 계속 얘기해온 것으로써 이를 성과라고 말하는 것은 자화자찬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제거’라는 강력한 표현을 포함시킨 것은 기존의 ‘해결’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로부터 대북한 무력 불사용에 대한 확약을 받아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미국이 주장해온 평화적 해결 ‘수단’에 동의해주었다는 점에 있다. 그 동안 한미 양국은 평화적 해결을 얘기하면서도, 남한 정부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부시 행정부는 국제적 압박과 경제제재, 해상봉쇄, 고립화 가속 등 비군사적인, 그러나 강압적인 수단도 ‘평화적 수단’에 포함된다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번 방미에서 ‘추가적 조캄 명시, 남북경협과 핵문제의 연계,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 표현, 강압적 수단의 유용성 인정 등을 통해, 사실상 미국 주도의 대북한 굴복 외교에 동참하겠다는 점에 합의해주고 말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한미공동성명에서 럼스펠드 독트린을 한반도에도 적용하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조만간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미국 주도의 대북한 군사력 사용 옵션이 군사적 준비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미 작년 12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를 통해 미국의 북폭을 ‘유사(contingency)’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한 미국은 올해 들어 스텔스 전폭기의 남한 배치, B-1, B-52 폭격기의 괌 배치,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 배치 등을 통해 대북 공격 능력을 강화시켜왔다.

노무현 정부가 대북한 선제공격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해 이러한 조치에 신중해지게 만들지는 못할 망정, 이에 대해 동의·묵인하면서 어떻게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막겠다는 것인지, 그 의지와 의도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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