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호 [쟁점과 분석] 선거법 개혁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2003-05-28 12:53 | VIEW : 35,921
 

따라서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당에 직접 투표하고, 그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석수를 나누는 제도인 ‘1인 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에서 나온 정치팜플렛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란 “사표의 발생을 줄이고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을 가능한 비례로 일치키시기 위해 탄생한 선거제도이다. 유권자 1인이 2표를 행사하는 제도로서, 한표는 지역구 후보자에게, 다른 한 표는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제도이며 유권자가 각 정당에 던진 표수(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민주노동당 및 시민·사회단체, 진보적 정치학자들이 주장하는 안은 지역구 의석의 감축 또는 동결, 정당명부 비례대표 증원을 기반으로 하여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다. 이는 지역구대 비례대표간의 비율을 1대 1로 상정하고,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 수를 결정하여 각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지역구 당선자 수와 정당득표율 간의 부족분을 정당명부 순위에 따라 채워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어 사표를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환경, 여성, 노동 등 사회의 다양한 여론을 반영하는 이념정당과 소수당의 원내진출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정당정치를 발전시키는 토대를 제공하며, 각 정당 간 정책대결을 유도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의 다양한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의 출현이 용이해지고 이들 정당 간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책대결이 활성화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기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제대로 된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아낼 것인가가 아닌 현 국회의원들 자신의 밥그릇을 어떻게 하면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의 당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머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의 경우 중선거구제를 적극 주장하며 현행 지역구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비례대표에 있어서면 정당명부식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중선구제의 경우 지역주의 해소 및 사표발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돈선거, 파벌정치 그리고 새로운 정치세력 진출 제약 등 문제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에서는 이러한 중선구제마저 절대 반대하며 인구 상한선을 낮춰 지역구 의원을 늘리고, 늘어나는 지역구 의석수만큼 비례대표를 줄이던지 아예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초헌적인 주장까지 내세우고 있다.

우려 되는 것은 이러한 대립 속에서 국민의 정치 개혁에 대한 의지는 배제된 체 정치권의 타협과 거래의 원리에 의해서만 선거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90년대에 소선구제에서 정당명부제로 선거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국민 참여로 논의를 전개했고, 최종선택은 국민투표로 제도를 확정했다. 우리에게 있어서도 해당 국회의원들의 밥그릇과 당리당략에 좌지우지되는 선거법 개혁이 아닌 국민들의 진정한 참여와 사회적 논의를 통한 발전적인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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