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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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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미물과함께사는세상] 매미, 신기루,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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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승인 2006.02.26  17: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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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미물과함께사는세상] 매미, 신기루, 아빠
2003-09-27 14:00 | VIEW : 44
 

189호 ●미물과 함께 사는 세상


매미, 신기루, 아빠


문태영 / 고신대 생명과학과 교수

 

이번 여름 태풍 ‘매미’의 위력은 대단해서, 전쟁을 치른 것처럼 부서지고 깨진 파편들을 남부 해안에 남기고 갔다. 매미라는 곤충에서 상상되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생경한 느낌조차 드는데, 알고 보면 매미는 친근한 구석이 많은 생물이다.


70년대만 해도 녹음이 우거진 어디에서라도 도대체 몇 마리가 울어대는지도 모를 정도로 매미소리가 대단했다. 요즘은 수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수년 전 서울의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한밤에 매미가 너무 울어대니 제거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된 적도 있었다. 원래 매미는 불빛이 없는 밤에는 울지 않지만, 도시의 조명이 매미의 생체반응을 교란한 결과이기에 씁쓸해 했던 기억이 있다. 한편 생태도시를 만드는 기법 중에는 도시민이 건강한 자연공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유도하여 정서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매미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생물을 정치적 쾌적종(政治的 快適種, political amenity species)이라고 한다. 도시민에게 산림의 신기루를 주는 생태적 사기인 셈이다.


매미는 전 세계에 약 1천5백종 정도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일제 당시의 연구로 27종이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약 16종정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중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몸집이 크고 검은 말매미인데, 능수버들이나 플라타너스 같은 가로수에서 갑자기 “차르르” 하고 큰 소리로 울어대는 종이다. 깊은 산 보다는 주변이 탁 트인 평지를 좋아해서 주변에서 잘 볼 수 있고 때로는 나무의 낮은 줄기에도 잘 앉는데다, 가로등이나 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끌려 늦은 저녁에도 여러 마리가 합창을 하기도 한다. 또 몸집이 자그마한 애매미도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다. 숲에서는 물론 언젠가부터 집이나 전봇대에도 붙어서 울어대더니 요즘은 고층아파트의 방충망에도 날아와 붙어서 울어대는 것이 매미도 도시화가 돼가는 것인가 싶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서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긴 젊은 아버지들이 땅 위에서 적당히 매미를 잡아주려다 여의치 않자 결국은 나무 위까지 올라간 뒤, 오히려 격려하는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더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해 있는 모습들이 해마다 벌어지곤 한다. 한 손에 매미채를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무에 떨어질세라 매미보다 더 꼭 붙어있는 아빠매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진풍경일 수밖에 없다.


복잡한 세파에 시달리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좋은 아빠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아빠들은 자기가 매미를 잡던 추억을 다시 즐기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가 너무 소중해서 다칠까봐 대신 올라가는 것일까. 아이들에게도 아빠의 어린 시절처럼 매미를 잡아 볼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아빠의 추억을 전해주는 대화의 시간과 함께 잡은 매미를 가지고 놀다 다시 놓아주는 너그러움도 가르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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