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호 [나의 논문] 체제에 대한 매혹적인 반항
2003-04-04 20:33 | VIEW : 4
 
155호 [나의 논문] 체제에 대한 매혹적인 반항
체제에 대한 매혹적인 반항

현대 패션에 나타난 GLAM에 대한 연구
- David Bowie를 중심으로
<의류학 석사, 2001>

이현주 / 의류학 석사

얼마 전에 한 남자 탤런트가 눈물을 흘리면서 동성애를 고백한 적이 있다. 그를 보면서 아직은 좀더 당당하게 ‘나는 동성애자다’ 라고 밝힐 수 없는 사회의 거부와 질책을 느낄 수 있었다. 동성애는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하고 접근하기에는 너무 먼 존재일까. 패션에 있어서 이러한 하나 하나의 사건들은 훌륭한 소재거리와 유행을 낳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성애’라는 주제는 의상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충분한 흥미를 끌었고, 이 주제를 따라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뮤지션들과 관련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뮤지션들의 음악적 이미지들은 젊은이들끼리 느끼는 긴장감과 사랑, 반항을 모두 반영하였으며 기성세대에는 반항적 이미지로 인식되게 하였다.

경쟁 사회 윤리 속에서 소극적으로 순응할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는 기존의 체계에 반항하는 구체적인 의지의 표현으로서 반패션, 반문화를 등장시켰다. 이러한 점에서 60년 말에 등장한 글램 패션은 반항에 대한 반항으로 생겨난 인간 정신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글램은 70년대 초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락 뮤지션들이 시작하였다. 음악보다 패션이 강조된 것으로 히피와 그 시대 상황에 대해 싫증을 느낀 젊은 세대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이들은 남성은 여성처럼, 여성은 남성처럼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는데, 양성적인 이미지는 그 당시에는 아주 매력적이고 색다른 것으로 비추어졌으며,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글램을 모방하기 시작하였다.

락 뮤지션들에 의해 시작

‘글램 락 뮤지션’들의 이성화된 외모와 의상 스타일은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던 동성애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었는데, 뮤지션들의 대부분이 성도착자나 동성애자로 공공연하게 무대 위뿐만 아니라 사생활에서조차도 노출을 꺼리지 않았다. 동성애적 성향이 짙었던 글램 락 뮤지션들의 양성적 외모는 ‘글래머러스’라고 표현되었고, 음악장르와 여성화된 의상 스타일은 글램이란 용어로 표현되었다. 글래머러스는 패곳, 팬지처럼 동성애자, 특히 남성동성애자를 지칭하는데 자주 사용되었다.

글램의 창시자 데이빗 보위는 1972년 초 Melody Maker라는 잡지 인터뷰에서 “난 현재 게이이며 전부터 게이였다”라고 발표하여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만연했던 그 당시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동성애를 변태의 일종이라는 생각에서 일반적인 성관계와 동등한 가치로 인식하게 하였다. 청소년들에게는 글램 락 뮤지션들의 퇴폐적인 무대 매너와 패션에서의 성의 혼돈은 과거 성의 종속화를 위하여 이용되었던 패션을 반항의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여성보다 더 여성스럽게

글램 락 뮤지션들의 파격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의상들은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를 위한 의상들이었고, 몸에 꽉 붙는 비대칭적인 바디 수트와 미래적인 이미지를 살린 점프 수트를 많이 사용하였다. 성적인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짧은 블라우스와 번쩍거리는 현란한 색상의 pvc, 메탈릭 소재, sequin, 나일론 등을 사용하였고, 가죽과 퀼트한 것을 혼합하여 화려하고 기괴한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여기에 덧붙여서 스팽글, 비즈, 털, 자수 등으로 복식을 더욱더 여성스럽게 보이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성적인 섹시함까지 주게 되었다. 머리 스타일은 오렌지, 파랑과 같은 원색으로 물들였으며, 수탉 벼슬과 같이 머리가 서있는 모양으로 70년대에 등장한 펑크 헤어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글램 락 뮤지션들의 메이크업은 당시의 여성들보다 더욱 여성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진한 화장을 하였고, 핑크나 보라의 아이섀도우, 검정색의 진한 아이라이너, 피부를 반짝이게 보이도록 뿌린 가루, 검정과 붉은색의 입술 화장을 하였다. 이러한 메이크업들은 일본 가부키 배우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글램 락 뮤지션들의 액세서리 중 특징적인 것은 플랫폼 슈즈로 의상과 마찬가지로 반짝이는 소재와 장식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글램 패션의 여러 요소들이 최근에 다시 등장하게 되었는데, 몇 년간 계속된 미니멀리즘에 싫증난 패션계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추구였고, 게이 바나 댄스 클럽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글램 패션은 유명 여러 디자이너들에 의해서 다양한 문화가 섞인 네오 글램으로 재등장하였다. 특히 남성복에 있어서 과도한 모피와 비즈, 스팽클의 사용으로 더욱 화려해지고 고급스러우며 장식적인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램은 기능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램의 요소 하나 하나가 패션으로 이어져, 새로운 미를 추구하고 자기 자신을 더욱 돋보이도록 치장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글램의 특성은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패션계에 훌륭한 동기 유발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좀 더 다양한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글램에 대한 연구가 요구되며, 동성애자들의 구체적인 실태와 그에 따른 패션의 경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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