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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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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과학
183호 [학술기획] 과학읽기 세상보기- ① 현대 과학철학의 흐름과 주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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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호]
승인 2006.02.26  15: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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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호 [학술기획] 과학읽기 세상보기- ① 현대 과학철학의 흐름과 주요 논쟁
2003-04-18 12:09 | VIEW : 204
 

183호 [학술기획] 과학읽기 세상보기- ① 현대 과학철학의 흐름과 주요 논쟁

과학의 진보가 객관적 진리를 말할 수 있는가

이상하 / 계명대 철학과 초빙교수
 

최근 과학철학이 학계의 학제적 분위기를 반영하며 다양한 지평에서 깊이 있게 논의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과학은 세상을 독해하는 준거의 하나였다. 과학으로 오늘 읽기, 동시에 오늘의 과학을 비판적으로 읽어내기가 이번 학술기획에서 의도하는 바이다.
<편집자주>

글 싣는 차례
① 현대 과학철학의 흐름과 주요 논쟁
②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사회학
③ 탈근대의 키워드, 반과학주의
④ 현대과학과 동양사상의 대화

칼 포퍼

토마스 쿤
칼 포퍼(Karl R. Popper)의 50년대 말 명저 <과학적 발견의 논리>(박우석 옮김, 고려원)에서 경고문 하나가 발견된다. “과학의 분석, 곧 과학철학이 유행이 되어 전공분야가 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철학자는 전문가가 되어선 안 된다.” 이 경고문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변 찾기를 통해 현대 과학철학 흐름의 윤곽을 그려본다.

과학은 최고의 지식으로 여겨져 왔다. 진리란 객관적 사실들의 서술 그 자체이기에 실재주의와 진리추구는 과학의 미덕으로 여겨졌다. 과학의 미덕은 어떻게 보장될까. 과학지식과 다른 종류의 지식을 구분하는 접근방식을 택할 때 진리 언급방식이 화두로 떠오른다. 과거에는 플라톤의 ‘형상계’와 경험 이전의 실체 즉 신이 기하학적으로 설계한 ‘물질계’ 등이 과학지식의 대상이었다.

형상계 및 물질계가 진리 언급방식의 준거틀일 때, 우리는 인식론적 난제에 부딪친다. 경험 이전의 세상인 그 준거틀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칸트의 인식론적 전환이란, 지식의 객관성이 인식론의 범주 안에서 확립됨을 말한다. 절대 위치의 뉴턴 역학과 유클리드 기하학의 체계는 19세기에 이르러 권위를 잃게 되었으며, 과학의 분과는 다양해졌다. 진리 언급에 대한 고정된 존재론적·인식론적 준거틀을 가정한다는 것은 이제는 힘들어 보인다.

과학주의에 대한 포퍼의 경고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던져진 물음은 ‘과학의 진보는 객관적 진리를 유도하는갗이다. 20세기 초, 다수가 이에 긍정했다. 드디어 현대 과학철학의 시발점인 논리실증주의가 태동하게 된다. 논리실증주의자에겐 칸트의 선험적 조건이 제거돼야할 적이었다. 그리고, 귀납주의가 탄생한다. 감각경험은 지식의 원천이며 점진적 지식의 축적은 진리로 수렴한다.
 
그러나 귀납주의에도 역시 난제가 따른다. 불완전한 경험에 근거해 자연의 원래 모습이 파악된다는 보장은 없다. 감각경험은 항상 현재성만을 띠기 때문에 현재 경험한 규칙적 현상들이 실제 과거에 그랬기 때문에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수동적인 감각경험을 근거로 자연법칙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세계관의 급격한 변화를 수반하는 과학의 진보는 설명될 수 없다.
포퍼는 자극에 의한 감각경험과 점진적 진리수렴론을 거부한다. 포퍼에 의하면 경험이란 선천적 요인과 결부하여 재구성된다. 객관적 진리란 그러한 경험을 근거로 곧장 얻을 수 없는 가상의 한계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객관적 진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통해 진리에 대한 점진적 근접에 만족해야하며, 진리를 향하는 방법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포퍼의 진리 언급방식은 미래 지향적이다. 그렇다면 왜 그의 경고문이 예언에 가까운가.

포퍼는 절대적 진리가 진리근접 개념을 대체하는 경우에 과학주의를 경계한다. 시행착오에 의한 과학의 발견은 항상 잠정적이다. 과학주의란 현재의 과학이 이미 철학 문제를 푸는데 충분한 개념틀로 작용한다는 관점이다. 이 관점은 논리실증주의를 계승한 논리경험주의의 한 분파인 논리행동주의 속에 잘 드러난다. 이때 주관적인 경험은 자극과 반응의 성향으로 대체되고, 성향은 완전히 물리적 용어로 서술된다. 포퍼는 경험과 관련된 정신상태를 물리학에 환원시키려는 시도를 과학주의의 산물로 간주한다.

포퍼의 진리근접 개념은 소크라테스적 회의론에 근거한다. 어떤 이론체계의 논리적 비정합성을 발견하고 그 이론의 동기인 출발 문제를 사이비로 규정하는 회의론과 다르다. 포퍼는 과학의 분석을 과학철학으로 규정할 때, 분석을 무기로 특정한 철학적 문제를 제거하려는 시도에 반감을 드러낸다. 과학이론의 논리적 한계가 진리와 객관성 추구의 포기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진리를 가정한들 도달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이 문제의 심각성을 포퍼는 잘 알고있었다. 그의 경고문 속엔 과학에서 진리 언급이 사라질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있다.

포퍼의 두려움은 쿤(Thomas Kuhn)에 의해 현실화된다. 쿤은 과학의 진보를 ‘목적 없는 혁명의 과정’으로 보았기에 기존 이론은 완전히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된다. 그 대체 과정은 서로를 연결해줄 개념적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자연의 해석을 평가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과학자 집단에 의해 인정된 패러다임은 수많은 퍼즐과 미리 짜여진 대답을 제공해준다. 이제 퍼즐풀기의 유용성이 이론선택의 기준이 된다. 더 이상 논리실증주의의 진리수렴론이나 포퍼의 진리근접 개념 따위가 발붙일 곳이란 없다. 상대주의자라는 비난에 맞서 쿤은 자신이야말로 과학의 진보에 대한 진정한 옹호자라고 항변한다. 포퍼의 입장에선 쿤은 여전히 상대주의자다. 진리언급을 부정한 쿤의 진보는 포퍼에게는 진보가 아니다.

과학철학은 쿤을 기점으로 나뉘기도 한다. 한 번 공평하게 평가해보자. 과학의 진보는 진리로 유도되는가. 포퍼의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쿤 이후 이 물음에 긍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진리와 객관성 추구라는 과학의 미덕이 포기돼야할까. 아니다. 진리와 객관성 추구라는 미덕에 진보가 진리로 유도한다는 관점이 전제될 이유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 미덕이 유용성으로 대체될 때 쿤 방식의 진보개념은 사실상 진보가 불가능함을 말한다. 또 한편 실재가 패러다임에 의해 구성된다면, 과학의 객관적 탐구대상은 사라진다. 실재주의 논쟁에서 이에 대한 반박은 많다. 하지만 자연이라는 실재가 왜 다양한 해석에 저항하지 않을까. 소위 ‘저항하지 않는 자연’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드물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은 없다

마지막으로 보통 쿤이 과학철학에 역사를 도입했다고 말하지만, 아니다. 그의 패러다임 전환에 의한 과학혁명의 구조는 이론변천과 선택과정에 대한 규범적 잣대로서 작용한다. 결코 과학의 다양한 개념사를 있는 그대로 연구한 결과가 아니다. 쿤이 목적 없는 진보개념을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진보에 대한 그의 관점은 다윈의 진화론과 마찰을 일으킨다. 진화론 논쟁에서 헐(David Hull), 마이어(Ernst Mayr), 툴민(Stephen Toulmin) 그리고 물리학사와 관련해선 홀튼(Gerald Holton) 등은 단호하게 쿤이 말하는 과학혁명이란 역사에 없었다고 말한다. 분명히 과학에 등장한 개념에 대한 역사적 분석이 현재 활발히 진행중이다.

하지만 왜 과학철학에서 역사가 중요한가라는 문제는 아직 장막에 가려져 있다. 특히 서양역사의 직접적인 연장선에 서있지 않는 우리에게 과학의 의미란 무엇인가. 과학지식은 여전히 철학보단 객관적이며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서 가장 정교한 장치이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진정으로 다른 문화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럴 때 차이가 분명해진다. 이 점은 중심부 혹은 서양 과학철학자에게는 불필요하겠지만 주변부인 우리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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