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호 [사회이슈] 환경-생태-생명-자치의 빛소리 실험
2004-09-09 22:49 | VIEW : 162
 
202호 [사회이슈]  반핵투쟁의 성과로 개최된 2004 부안영화제

 


환경-생태-생명-자치의 빛소리 실험


고길섶 / 2004 부안영화제 조직위원장

지난달 12-14일, 부안 사람들이 영화제를 개최했다. 인구 7만 명도 채 안되고 극장 하나도 없는 작은 도시 부안에서 영화제를 치렀다. 부안영화제는 여느 영화제와는 달리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반핵민주항쟁 1년. 그것은 부안 주민들에게 영상문화의 특별한 의미들을 경험하게 했고, 주민들로 하여금 카메라를 들게 했으며, 주민들의 시선을 세계의 시선과 마주치게 하여, 마침내 ‘부안영화제’를 개최하도록 했다.
부안은 새만금투쟁에 이어 핵폐기장 반대투쟁으로 환경운동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작년 7월 이후 부안 주민들의 직접행동 대장정인 ‘반핵민주항쟁’으로 인해 부안은 크게 주목받았다. 이는 새만금 및 핵폐기장 투쟁승리 이후에도 환경-생태-생명-자치운동의 새로운 가능성과 전망을 짊어지게 하는 과제를 던져주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외부로부터 크게 주목받음으로 인해 의무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자발적 집단성으로 반핵민주항쟁을 수행해온 것처럼 주민들의 자발적 필요에 따라 문제제기하고 상황을 구성하고 해결대안을 모색해야 될 조직적 과제이다.
그러나 부안이 환경운동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고 새만금 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인식이 전향적으로 많이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핵의 열기는 새만금 중단요구로 곧장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 탓인지 격포에서 상영한 영화제 폐막작인 이강길 감독의 <새만금, 핵폐기장 낳다>는 일부에서 반발이 있었다. 아마 감독으로서는 위도 핵폐기장 유치가 새만금 문제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보여주려 했던 것인데, 영화의 전체 흐름을 읽어내기에 앞서 일부 주민들이 반발을 보인 것이다.

반핵을 넘어 지역문화 축제로
부안은 국책사업인 새만금 및 핵폐기장 문제로 지역사회의 갈등과 반목이 컸고 지역경제가 피폐해졌다. 따라서 부안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거듭날 수 있도록 상생과 통합의 실천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이러한 상생과 통합의 실천은 문화의 힘으로서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곧 지역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면 그 하나의 방법으로 영상/영화 문화를 매개로 한 문화적 실천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안 주민들은 새만금 및 핵폐기장 문제로 갈등을 겪어오면서도 환경-생태-생명-자치의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고 성찰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으며, 이는 지역적 삶의 새로운 의미로써 문화자산이 되고 있다.
이런 터에 지난 5월 부안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백일간의 준비 끝에 ‘생명문화를 보다’를 주제로 하여 영화제를 연 것이다. 이제 영화제는 끝났고 그 성과가 어떻게 가시화될는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부안영화제는 이번 일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상/영화문화를 지역공공문화의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잡도록 할 것이며, 영상/영화문화를 만들어나갈 주체를 활성화하여 자발적인 주민참여-주민주체 문화축제로 자리잡도록 하는데 일정정도 기여했다.
부안영화제는 지역적 삶으로서의 환경-생태-생명-자치 이슈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장이자, 오늘날 세계의 보편적 문제로서 환경-생태-생명-자치 이슈들과 소통하는 연대와 관심의 장으로 이끌어나가고자 했다.
이에 부안영화제는 ①환경-생태-생명-자치 이슈의 영화적 이미지운동 ②환경-생태-생명-자치 이슈의 지역적 삶의 소통과 접근법 ③지역 영상문화·영상교육·영상활동가 인프라 구축 ④자발적 주민주체-주민참여의 문화축제임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공동체모색의 출발점
부안영화제는 하나의 시련과 투쟁으로부터 시작했다. 유일하게 영화상영을 할 수 있는 시설이자 공공문화기반시설인 예술회관에서의 영화제를 부안군수가 허용하지 않은 가운데 그에 대한 대응으로부터 영화제 준비는 시작된 셈이다. 부안군수가 예술회관 조례를 들어 시설 사용 불허를 내린 것은 주민 공공문화기반시설을 부안군수가 사유화하여 전횡하는 사전검열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예술회관은 주민공공문화기반시설이지 군수의 사유물이 아니다. 따라서 예술회관은 부안 주민의 손에 되돌려져야 하며, 주민들의 문화권리 및 문화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정당하게 사용되어져야 한다. 부안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전주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낸 상태이다. 그리고 영화제는 부안 읍내에 소재한 부안동초등학교와 반핵민주광장, 그리고 격포항에서 치러졌다.
핵폐기장 반대투쟁은 정확히 학교였다. 부안영화제에서 3일 동안 상영된 영화들은 사회적 이슈를 담은 다큐독립영화들 25편 정도가 상영되었다. 주민들이야 오락형 극영화를 찾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일게다. 부안 사람들도 재미있는 극영화를 찾겠지만, 사회적 발언을 담은 다큐영화들에 등돌리지 않았다. 실내상영에서 매회 백명~백5십여명 정도의 관객이 찾은 것은 큰 소득이다. 부안 주민들이 이런 영화들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핵폐기장 투쟁의 성과였다.
그렇다고 의미로서만 영화제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쟁은 투쟁이고 영화는 영화다. 부안영화제가 의미있는 지역영화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백일 동안의 준비와 함께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었고, 이후 영화제를 준비한 사람들은 그런 문제들을 극복해내고자 하는 노력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것이다.
“부안은 환경이다, 생태다, 생명이다, 자치다. 부안은 지역이며 세계이고, 환경-생태-생명-자치의 문화들이자 운동들이며, 이 세계의 소통이자 연대이며 보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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