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호 [꿈꾸는 공동체]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김혜진
2005-03-13 18:22 | VIEW : 49
 




꿈꾸는 공동체 -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김혜진


놀이와 일 속에서 삶을 살 찌우다






한국의 청소년은 소위 범생과 불량청소년 두 부류로 나뉘곤 한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청소년은 그 사이에서 정책의 관심사항도 되지 못하는 평범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과 10여년을 노래와 놀이로 만나는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그 곳에서 스스로 문화게릴라라 칭하며 아이들이 더 잘 놀 수 있는 지역을 만들고자 동분서주 일하는 김혜진 인턴을 만났다.


겉으로는 앳된 십대로 보이지만 김혜진 간사는 지난해 지역단체 실무자들간의 자발적 네트워크인 강북지역복지협의회 구성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주민참여 기획인 강북청소년문화축제 ‘추락’, 청소년들의 주체적인 문화기획단 ‘노올자’ 활성화, 저소득층 영유아와 청소년의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정부지원사업인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사업을 진행하는 등 숨가쁘게 달려 여기까지 왔다.


지역이 변화하면서 문화가 생산되고 공동체의 단초들이 발견되는 것에 흠뻑 취해 있는 그는 얼마 되지 않는 월급과 늘어나기만 하는 나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품에서 잘 먹고 입으니 돈 쓸 일이 별로 없고, 문화생활은 공동체 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가치관이 달라지니 경제적인 것이나 나이를 먹는 일이 더 이상 어려움으로 다가오지 않아요.” 이런 변화가 삶에서 항상 부딪치는 선택의 문제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며 너스레를 떤다.


시종일관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다고 주장하던 그에게도 개인적인 고민은 있을 터. 집요한 질문에 조금씩 말문을 연 그는 실무자로서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지역사회담당 실무자로서 지역의 다각적인 측면을 이해하는데 요구되는 시각이 좁다는 점, 일이 사업으로만 느껴질 때, 그리고 활동을 전망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개인적인 한계. 특히 10년이 넘도록 유지되어 온 ‘품’의 실천속도와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전속력으로 마라톤을 하는 느낌이예요. 김혜진의 속도는 느린데 말이죠.” 그럼에도 그는 활동에 대한 자기 철학, 삶의 철학, 남을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를 찾는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세상을 재해석할 수 있고 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길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삶이 풍요로워지도록 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품에 왔다는 그는 2년차 인턴이다. 여느 사회단체실무자와 마찬가지로 적은 월급에, 학수고대 자신만 쳐다보는 일거리로 출근과 퇴근을 잊고 살지만 늘 ‘나의 활동을 어떤 철학과 전망으로 가져가야 할 것인갗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리고 그것이 원대한 사회운동이나 사업기획보다 동네 아이들·주민들과 함께 놀고 부대끼는 과정에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김성욱 편집위원 0007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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