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호 [사회기획] 소수자 인권을 위한 또다른 기획: 장애인차별금지법
2005-03-23 01:45 | VIEW : 35
 




소수자 인권을 위한 또다른 기획: 장애인차별금지법




남정휘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팀장






차별의 철폐를 위해

장애인을 대할 때 사람들은 흔히 이중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회분야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행태는 점점 교묘하고 심각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장애인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범적인 근로자라고 격려하는 사업주들도 막상 사원모집광고에서 ‘신체용모 단정한 자’로 규정하여 장애인의 응시기회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거나, 면접에서 장애인의 신체를 비하하며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이와 같은 반응들에 대해 그리 낯설지도 이상하지도 않게 여기고 있다. 때문에 사회는 장애인들에게 골리앗과 같이 무너뜨리기 힘든 두려운 존재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은 장애인이 차별을 당해도 어디에도 하소연하여 해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장애인 차별은 학벌, 비정규직,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비해 차별기간이 영구적이고 차별유형이 대체로 고용 영역에 집중되는 타 계층의 차별과 달리 이동, 정보접근, 사법절차, 문화 등 삶의 전 영역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에서 차별유형이 총체적이다. 뿐만 아니라 차별의 판단기준이 다양하고도 복합적이어서 차별상태를 가려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장애인차별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사회문제 중 하나로 간주된다.


차별시정은 실효성을 바탕으로

현재 장애인관련 4대 법률, 즉 장애인복지법, 편의증진법,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특수교육진흥법은 차별에 대한 제제규정이 없이 차별금지를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법률적 한계성으로 인해 고용, 교육, 정보접근권, 시설이용, 이동권 문제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한 장애인 차별문제들이 방치되고 있으며 대처수준도 낮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제정운동은 이러한 뿌리 깊고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장애인 차별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도이다. 지난 2003년 4월 전국의 60개 장애인단체가 모여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를 결성하였다. 2년 동안 장애인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수차례의 공청회와 지역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국내·외의 관련법을 참조하여 법안을 마련하여 이제 입법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장차법 제정의 움직임은 장애계 뿐만 아니라 노동부, 여성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현재 각 분야에 분산되어있는 차별시정기구를 인권위로 일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법률안이 부결된 적이 있었다. 장애계가 인권위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장애인차별의 해결방법이 아무리 강력해도 권고안에 그쳐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1호인 ‘장애를 이유로 한 제천보건소장 임용배제의 건’을 통해 볼 수 있듯이 권고수준의 위원회 권한으로 인해 차별시정조치를 내릴 수 없었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3년간의 민사소송을 진행하며 재판 기간 내내 물질적·심리적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었다.


또한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법률안에는 차별의 정의가 없고 처벌분야도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공공기관으로 제한하고 있어 역시 실효성을 도출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차별문제는 복지서비스 차원을 넘어 인권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해결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보건복지부 소관의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더라도 타부서의 업무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문제에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로 각 당사자·실무자 등은 독립적인 장애인차별 시정기구의 설치를 주장하기에 이르렀고 차별 금지에 대한 법적 검토를 성취해냈다.


장차법 제정의 전진기지인 장추련의 법안을 장애와 차별을 신체적 측면과 기능적 측면 그리고 사회참여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장애는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차이를 이유로 일상·사회생활에 제약을 주는 사회적 태도와 동등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기회를 차단하는 물리적·문화적 장벽으로 정의하는 한편, 차별이란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구별하여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라고 명시하여 장애차별의 악순환을 끊는 것을 중심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장차법은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직·간접적 차별을 고용, 교육, 이동권, 정보접근권 등 14개의 영역별로 세분하여 언급하고 있고, 장애인 차별에 대한 조사와 시정조치를 통해 장애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독립기구설치규정을 두었다.  소송과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피해당사자 및 단체가 위원회에 대리진정을 할 수 있게 하였고, 입증책임의 전환, 소송대리, 징벌적 손해배상 등 차별금지의 실효성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기 법안은 경제발전을 저해하거나 기업의 역차별을 강화할 것이라는 비판을 야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장차법의 도입으로 복지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업인들의 기대를 받는 것 또한 사실이며, 이와 더불어 차이의 인정과 소수계층에 대한 배려와 같은 성숙한 사회로의 진입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해

이와 더불어 장차법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여성장애인과 장애아동의 인권문제이다. 먼저 여성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의 소외와 더불어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위험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요구된다. 한편 장애아동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이유로 버려지거나 장애에 대한 무지와 경제적 사정으로 가정으로부터 버림받아 시설에 입소되는 사례가 많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교류나 교육 등에서 배제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차법은 이중적인 차별대상이 되어온 여성장애인과 장애아동에 보다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여 별도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장차법의 도입이 최선의 장애인 권리구제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이 여성의 인권을 향상시키고 호주제마저도 폐지시키는 쾌거를 이룬 것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장애인 인권의 기본법으로서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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