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호 [꿈꾸는 공동체] 또 다른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함께하는시민행동>
2005-05-15 18:38 | VIEW : 31
 




꿈꾸는 공동체 - 또 다른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함께하는시민행동>


동의에 기반한 운동이 목표



최인욱 /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가장 곤란한 때 중 하나가 ‘당신들이 그런저런 일들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뭡니까?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다는 겁니까?’와 같은 유의 질문을 받는 순간이다. 시민운동가들 스스로도 무수히 자문자답하고, 서로 논쟁 하면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해 답답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바쁘게 일할 때는 솔직히 그런 고차원적인 문제를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기도 하고, 운동가이기 전에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박봉 속에 가계를 꾸려가다 보면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가 부담스럽기만 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하고 많은 삶의 방식 중에 직업운동가의 삶을 택해, 별달리 크게 이뤄놓은 것은 없지만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무엇을 지향하며 이 일을 하고 있는갗, ‘나 개인이 지향하는 바와 단체 또는 시민운동 전반이 지향하는 바가 일치하는갗 등등 이른바 개인과 조직의 비전에 관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리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명확한 답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느 순간 명확해 보이는 결론에 도달한 듯 하다가도 어느 샌가 다시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아직까지 그런 질문을 받으면 참 난감하고,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해도 스스로 자신감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간의 생각을 억지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사회’, ‘어느 누구도 부정과 부조리 앞에 침묵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사회’ 정도로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사회가 그런 모습에 가까워지는 데 작은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지금 나는 예산감시운동을 담당하고 있다. 예산낭비에 대한 조사와 고발, 국회의 예산심의 모니터링, 주민소송 등의 납세자참여제도 확립을 위한 조사와 정책개발, 방만한 예산운용을 초래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제시 등이 좀 더 구체적인 활동과제이다. 이 일을 하면서 공직자의 부정과 나태, 제도의 미비와 부조리 등으로 인해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세금이 엉뚱한 데로 새버리거나 심지어 나눠먹기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보게 된다. 그럴 때 생기는 분노와 작은 정의감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뿌듯할 때는 나와 우리 단체가 내놓은 주장이나 대안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올바르다’는 평가를 받을 때이다. 나아가 우리의 비판을 받은 공직자 등 상대방이 우리의 주장이 맞다고 인정할 때는 더 큰 보람을 느낀다. 일방적으로 공격한 게 아니라 동의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가급적 그렇게 운동을 하고 싶다는 게 개인적 바람이다. 과욕인지 모르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자긍심이 부당하게 훼손되지 않는 사회를 바라면서 하는 일인 이상 상대에게 패배감이나 모멸감을 주기보다는 옳기 때문에 동의했다는, 함께 논의해서 대안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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