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호 [사회기획] 사회기획 토지이용규제기본법
2005-06-18 19:47 | VIEW : 141
 




사회기획 토지이용규제기본법




정부는 이달 1일 국무회의에서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을 통과시켰다.  
토지 이용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한 이 법은 앞으로 개별 법률에 의해
토지이용 규제  지역, 지구를 정하지 못하도록 못 박고 있는데
여기서는 ‘토지이용규제기본법’에 대해 알아보고
그 의미를 짚어 보고자한다. <편집자 주>



토지이용규제기본법과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 흐름




우석훈 /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지난 8일, 국무회의를 통과해서 이제 국회로 넘어가는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이하 기본법)은 애초에 정부가 입법취지에 대한 설명을 바꾼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법안이 공개적으로 처음 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작년 7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3가지 방향을 발표할 때의 일이다. 이 때의 시점으로 돌아가보면, 세 가지 정책이 ‘경제살리기’의 방향에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 번째가 골프장을 200개 이상 만들어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을 잡고, 또 한편으로는 국내 경제를 진작시키겠다는 내용이고, 두 번째가 농지법 개정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하여 경제를 살린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정책은 우리나라 토지이용 및 거래의 여러 규제를 없애는 ‘규제합리화’를 통해 지역개발정책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것이 각각의 핵심이다. 이에 시민단체에서는 이 세 가지 정책을 ‘이헌재 패키지 정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골프장 건설붐이 잠잠해진 것은 아니지만, 정책적으로는 올해 초를 지나면서 골프장 인허가 절차의 중복성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서 골프장을 짓지는 않겠다는 방향으로 대체적으로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헌재의 골프장 선언이 불러온 사회적 효과가 사라지지는 않았으며, 전국적인 골프장 건설 찬성 vs. 반대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 외부의 논쟁과 함께 기본법은 2월 국회에 상정되었다가 국회 공전으로 논의가 되지 못하였고, 4월에 다시 연기된 정치적 지체를 겪은 바 있다. 또한 과연 비농민에게 농지소유를 허용하는 것이 헌법 121조의 ‘경자유전’ 위반인가 아닌가라는 기술적인 논의와 우리나라의 농업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한창이다.




 

뒤바뀐 정부정책




따라서 기본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정부의 ‘말바꾸기 정책’의 전형으로 손꼽힐 수 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국민들에게 이를 ‘규제합리화’와 경제살기기 차원에서 설명했지만, 1년 후 참여정부는 이를 ‘전산화’와 ‘제도 투명성 제고’라는 용어로 바꾸어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설명은 이렇다. 토지관련 중복된 규제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이 더욱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별도의 법규가 요구되어 기본법으로 개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동 법의 개정을 두고 취지가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이런 설명방식을 최소한의 선의로 이해해보자.


최근 1년 간 진행된 부동산정책 변화의 긍정적인 결과는 국민들이 부동산투기에 대해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경기지체로 여겨 부동산 투기를 진작하는 정책으로 보여서는 설명력을 가지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것이 같은 법을 설명하는 방식이 바뀐 이유이며, 그 결과가 바로 기본법인 것이다. 물론 제목을 약간 바꾸었다. 원래의 법안명은 ‘토지규제기본법’이었으나, 개정과정 중간에 ‘이용’이라는 단어를 삽입하여 마치 국민들의 토지이용 불편을 해소해주는 기본 법규인 것처럼 약간의 데코레이션을 가미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법안의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며, 이헌재 전 부총리의 필요성 설명과 현 정부의 설명이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기본법의 본질이란 더 이상 토지를 보존하기 위한 공적장치인 ‘지구’나 ‘지역’을 신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책을 수행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지구나 지역을 신설할 일이 생긴다. 예를 들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휴전선 일대 지역을 특별지역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법규에서 이는 불법이다. 토지개발의 장애를 제거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보다 ‘효율적인 장애개선을 위해’ 동법은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개발과 관련한 권한를 일임하는 막강한 조항과 함께 유일한 견제 기구인 토지이용규제심의워윈회의 위원장 또한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이 위원회의 운영 목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구신설을 규제하는 법적 근거와 ‘운영실적’이 미비한 지구를 없애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기본법과 위원회의 기능과 목표란 국토의 전면적 개발을 위해 장애가 되는 장치를 없애는 것이지, 국민들의 알권리를 높이는 것이 전혀 아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부는 그 설명방식을 바꾸고는 이를 국민의 편의도모와 이른바‘국민고충처리’와 같은 법 개정이라고 속이고 있다.


만약 이 법의 수행주체와 심의위원회가 ‘행정자치부’ 같이 건설개발에 보다 중립적이며 전체적인 조율을 하는 곳이라면 운영상의 묘를 통해 입법취지를 근본적으로 해하지 않고, 다만 정책적 편의를 높일 수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발 부서인 건교부에서 모든 지구의 신설을 금지하고, 부득이한 신설과 기존 제도의 폐지와 관련하여 건교부의 허락을 ‘득’ 하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맞기는 것이라고 본다.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의 모순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이 법을 부동산투기촉진법이라고 의심하는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국민고충처리’는 투기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산 사람이 자기 땅을 어떻게든 대규모로 개발하려고 할 때 생기는 불편을 최소화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자기 땅에 어떤 규제가 있는지 궁금해할 정도로 큰 토지를 보유한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그 고충을 풀기 위해 앞으로는 어떠한 규제도 신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게다가 건설교통부가 환경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의 행정행위에 대해 초월적인 권한을 독점하여, 이들의 행정권과 입법권을 미리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기본법의 내용인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의심은 이러한 법 집행권한과 정책의 공정성, 그리고 상호견제의 능력이 부족한 기본법의 ‘능력과 의도’에 모아진다고 할 수 있다.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한다면, 기본법의 중립적 성격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회의 위원장과 소관부처를 행정자치부로 옮기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설명방식이 오해를 부른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건설교통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 설치의 근거라면 이상해도 많이 이상하다. 개발부서가 개발과 균형을 맞추는 ‘규제제도’의 심의권까지 갖는 나라는 없다. 내 눈에는 그저 부동산 투기를 통해 지방 토호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역 토지개혁법’으로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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