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호 [사설 1] 당국의 정책 혼선과 '박사 4학기제'
 
 

104호 [사설 1]

당국의 정책 혼선과 '박사 4학기제'


 

박사 4학기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학교당국의 정책 혼선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학교행정에 구심점이 있는 지 회의가 들 지경이다. 대학원생들의 지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다/안 한다’ 무성한 논의만 설왕설래하고, 이에 따라 학교당국은 왔다 갔다 ‘갈 지자 행보’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사 4학기제’에 대한 논의는 재작년부터 시작됐다. 이것이 수면 위로 떠오른 데에는 제19대 총학생회의 노력이 컸다. 다른 학교의 사례를 제시하며 본교에서도 즉각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원생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시 기획실에서는 긍정적 입장을 보인 바 있으며, 대학원위원회는 개정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에 착수한 상태였다. 본지는 97년 2학기 개강호를 통해 당시 대학원 교학부장이었던 이주행 교수의 설명으로 이러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획실장이 성환갑 교수에서 정재국 교수로 바뀌며 논의는 백지화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학생회와의 접촉 과정에서 정재국 교수는 ‘박사 4학기제’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학생회는 이에 따른 대책에 고심하기도 했다. 그러는 과정에도 대학원위원회의 작업은 진척되었으며, ‘박사 4학기제’ 실시에 따른 가안이 기획실로 올라가기에 이르렀다. 구임 대학원장 정조섭 교수가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 이르러 ‘박사 4학기제와 관련, 학칙 개정만 남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에 주목했던 것은 그동안의 과정이 이처럼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98년 1학기 개강을 맞아 ‘박사 4학기제’에 대한 논란은 한층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획실에서의 입장이 상당히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한편, “교육부에서 ‘고등교육법 시행안’이 내려왔는데 ‘박사 4학기제’를 실시할 경우 걸리는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논의를 요구하는 입장도 나타난다. 이에 반해 총학생회의 입장은 강경하다. 개강하기 얼마 전까지 제20대 학생회는 2학기 ‘박사 4학기제’의 실시를 장담하고 있었고, 이를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강력히 천명하고 있다. 그간 대학원위원회 역시 98년 2학기 ‘박사 4학기제’ 실시가 가능하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제20대 대학원 학생회의 강경함은 나름의 근거를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사 4학기제’ 실시와 관련, 우선 필요한 것은 대화가 아니라 학교당국의 입장 정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한다. 또한 논의에 커다란 축을 형성하지 못하는 대학원위원회의 위상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대학원 발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야 할 대학원위원회의 위상이 이 정도라면 대학원 발전에 대한 희망은 부질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박사 4학기제’를 실시하는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과학기술원, 동국대, 서강대, 연세대 등이고, 성균관대는 2학기부터 실시 예정이다. 그 어려운 ‘박사 4학기제’를 이들 대학에서는 어떻게 실시할 수 있었는지 대단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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