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호 [사설 2] 죽은 박정희가 산 김대중을 쫓아 유감
 
 

106호 [사설 2]

죽은 박정희가 산 김대중을 쫓아 유감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아보낸 것은 재미라도 있다. 죽은 박정희의 망령을 불러내 살아있는 김대중을 내쫓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물론 선거는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감정을 부채질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는 한나라당을 보노라면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박태준 자민련 총재의 패인 분석은 지역감정의 골이 얼마나 심각한 지 방증한다. "선거가 실시된 지역은 현정부에 대해 정서적으로 정상화되지 않은 지역으로 대선때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현정부를 '호남정부'로 생각하는 듯했고 상대후보도 그렇게 선전해 댔다." 지역감정이 기승하는 한 아무런 정책도, 논리도 작동하지 않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선다.

이제 두 달 남짓 남은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비슷한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영남권에서의 한나라당 독주, 호남권·충청권에서의 국민회의·자민련 독식. 여기에 언론이 '경제위기'를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대통령에 힘 실어주기를 진행한다면 영남권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상황이 이 즈음에 이르면 나라 꼴이 뭐가 될 지는 자명하다. 고질적인 지역감정이 민주적 제도 장치를 압도하는 현상이 전면화될 것이며,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피해-가해의 논리가 영호남 모두에 유포될 것이다. 아직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고는 있지만, 그러한 현실이 벌어질 여지가 너무도 높기에 한나라당의 선거 정책에 유감을 숨길 수 없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인사정책에 대해 '호남 인사 중심 배분'이라는 비판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아보낸 것은 사마중달에 대한 심리전의 승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제갈공명의 치밀한 계산 능력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하지만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는 국민을 볼모로 한 무모한 게임으로 비춰지기만 한다. 목적 자체에 매몰되어 '우리'의 앞날을 계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의 내분을 봉합하는데 좋은 계기가 됐을 지라도, 죽은 독재자의 망령을 불러낸 것은 매우 잘못한 일이다. 더욱이 그 독재자가 지역 갈등을 조장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장본인이란 사실에 이르면 중언의 필요조차 없어진다.

난데 없이 울려퍼진 '새마을노래',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만드세. 살기 좋은 새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가 '망국가(亡國歌)'처럼 들리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가. 정치권 유감이 그칠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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