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호 [사설 1] '준비된' 전경의 폭력진압 유감
 
 

108호 [사설 1]

'준비된' 전경의 폭력진압 유감

 

왜 노동절 일어난 폭력시위가 노동자만의 잘못인가. 물론 정부·언론이 호들갑스러운 이유는 이해가 간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외국자본 유치는 급한 일이며, 이에 따른 순종적인 노동자 보여주기는 가장 '보기 좋은 떡'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진 것은 아닌가. 노동절을 준비하며 전경이 강경진압 훈련을 했다는 사실은 일간지를 통해 널리 보도된 바다. 그들은 한 편에서 화염병을 던졌고, 한 편에서 방패와 진압봉을 휘두르고 있었다. '불만 세력이 불어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니나 다를까, 참여 인원은 집회장소 종묘의 수용범위를 넘어섰고, 이에 따라 차도로까지의 범람은 어쩔 수 없었다. '준비된' 전경들과의 신경전이 펼쳐졌고, 집회가 끝나 행진이 있을 때 쯤 전면적이 되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또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시민들의 호응이 있었던 것도 '준비된' 전경들을 더욱 열받게 만들었을 것이다. '준비된' 전경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면, '준비된' 언론은 얌전한 시민들 속에서 '세상 모르고 까부는' 노동자들을 적절히 격리하고 있다. 예컨대, "폭력시위 유감" 제하의 5월 2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준엄하게 훈계하고 있다.

"어떤 경우의 시위에도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우리에게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외국자본을 유치해 경제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유지하고 마련하는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가자들은 노동자들의 격렬시위가 계속될 경우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언론의 이러한 격리 작업이 얼마 만큼 결실을 거둘 지는 회의적이다. 도대체 논리가 안 맞기 때문이다. 경영을 잘못한 건 누군데 그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가. 외국자본의 유치에 급급 노동자 길들이기에 성공하더라도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더군다나 노동자는 대폭 물러섰는데 배짱 튕기고 있는 저 자본가들은 어찌 다스릴 것인가. 이러한 흐름과는 무관하게 '더러운 정쟁'을 계속하는 정치권은 또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그러고 보면 제1기 노사정에 나타났던 노동자 대표의 태도는 너무도 소극적이었다. 특히 민주노총의 '준비 안 된 자세'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조직원들의 밥줄을 끊겠다는 논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 '국가 경제'를 위해 아주 많은 것들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단지 희생만 약속해 자신의 조직원들을 거리로 내몰았던 데 비해 얻어낸 실질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준비된 자'들은 여전히 배부른 모습이다.

제2기 노사정은 노동절의 시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과 노동자를 대립적으로 몰고 가는 개념 규정부터 파열을 내고, 현실에서부터 문제를 읽어야 한다. 거리로 내쫓길까 두려워 하는 이들은 바로 우리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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