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호 [사설 2] 민주노총의 파업은 정당하다
 
 

110호 [사설 2]

민주노총의 파업은 정당하다

 

‘에어프랑스’의 파업은 우리의 정서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아니, 월드컵 개막을 10여일 앞두고 파업이라니. 세계적인 망신 아닌가. 더구나 생존적인 문제도 아니고 ‘고작’ 연봉삭감 반대가 이유라니. 파업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던 에어프랑스가 올해 하반기 민영화에 앞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에어프랑스 조종사의 연봉을 깎기로 했다. 그것도 그냥 깎는 것도 아니고 그 대신 주식을 소유토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파업을 선언하는 노동조합의 변명이 겨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도였다는 것도 ‘신기하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지난 달 27, 28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한 언론의 질타, 정부의 회유를 여기에 비교해 보면 천양지차임을 알 수 있다. 먼저 “파업을 하지 마라. 그래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논리 구조를 들여다 보면, 이게 과연 어느 나라 정부인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노동자의 단결권이 헌법에 보장된 바에야 이 울타리 내에서 논리를 펼쳐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또한 정부가 외자 유치를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대폭 줄이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서 단지 ‘소문’으로만 끝나길 바라게 되는 현실도 정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에 내리치는 언론의 뭇매가 무서운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국민에게 ‘구조 조정=노동자 내몰기’라는 등식이 ‘상식화’된 것은 언론의 위력 아닌가. 파업을 진행하는 가운데도 주가는 오르고 있는데, “민주노총의 파업이 경제 위기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고 강변하는 것은 누구인가. 이 속에서 세계 자본주의의 재편에 따라 진정 구조 조정을 해야 할 재벌의 문제는 사장되고 있다. 또한 정경 유착에 따른 외국 투자가들의 기피 현상도 모두 노동자의 책임으로 돌려지고 있다.

동조의 입장을 말로만 보이는 한국노총의 ‘이상한’ 지원을 등에 업고 민주노총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벌써 4백만명이 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IMF재협상, 재벌체제 해체, 고용 안정과 내실있는 실업대책이 필요합니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막을 수 있는 길 김대중 정권에 달려있습니다”는 입장은 오직 선언으로만 다가올 뿐이다. 그 누구도 파업의 맥락을 보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름의 근거와 전망도 있지만 날아오는 돌팔매를 피하기에 급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생존 문제의 갈림길에 선 민주노총의 파업에 내려지는 질타에 비해, 연봉 삭감을 이유로 파업에 돌입·세계적 망신을 초래한 ‘에어프랑스’ 노동자들에게 내려지는 프랑스 언론의 지적은 매우 얌전하다. “파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월드컵을 볼모로 한 이번 파업은 27년만의 가장 뼈아픈 파업이 될 것이다.”(<주르날 뒤 디망쉬>)

파업이 문제가 아니라 언론·정치권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프랑스를 볼 때 더욱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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