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호 [사설 2] 박노해와 희망
 
 

112호 [사설 2]

박노해와 희망

 

박노해 시인이 돌아왔다. 6년간의 수배생활, 7년5개월의 옥살이라는 긴 여행을 마치고 가족 곁으로 왔다.

시인은 첫날의 밥상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밥상을 함께 한다는 것. 시인이 오래 전부터 꿈꿔오던 ‘희망’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한겨레 21>과의 인터뷰에서 참아왔던 ‘많은’ 말을 했다. 감옥생활을 이야기했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루 20km 이상을 달리는 체력단련, 12시간씩 독서. 10여 종의 신문과 수십여종의 정기간행물을 탐독했으며, 감옥에서 읽은 단행본이 모두 1만여권에 이른다. 그 결과 엉덩이는 흐르는 땀으로 인해 시커멓게 되었다.

노동해방의 이름으로 어떠한 타협도 거부했던 혁명시인의 감옥생활을 간추린 것이다. 공부 를 위해서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중지’했다. 담배도 끊었다. 금욕적인 삶을 자처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앞으로의 삶에 대한 자세에서 비롯된다. 오직 글을 쓰는 이로 남고 싶어한다.

이런 그일지라도, 논란이 되는 것이 있다. 감옥에서 나오면서 작성한 ‘준법서약서’ 때문이 다. 그는 준법서약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준법서약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썼 다는 흔적이다. 진보세력이 너무 유연성이 없었다. 그러나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감옥 에 남아있는 양심수들이 옳은가, 아니면 ‘그냥 쓰고’ 나온 사람들이 옳은가.

우리가 박노해 시인에게서 희망을 느끼는 것도 그의 미래에 대한 계획 때문이다. 자본주의 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비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을 채택한 것은 그의 깨달음이다. 현재 노동운동의 갈등과 모순, 실업자에 대한 무대책을 보더라도, 운동의 방향은 ‘다른 곳’이라 는 느낌이다.

이제 시인은 “상쾌한 아침을 맞아/즐겁게 땀흘려 노동하고/뉘엿한 석양녘/동료들과 웃음 터뜨리며/공장문을 나서/조촐한 밥상을 마주하는”(‘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중) 꿈을 위 해 더욱 ‘긴 여행’을 떠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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