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 [사설 2] 만도기계 강제진압과 노동운동
 
 

113호 [사설 2]

만도기계 강제진압과 노동운동

 

지난 9월 4일 새벽 6시, 보름 정도 파업 중이던 만도기계에 대해 공권력이 투입되었다. 123 개 중대 1만 7천여명이라는 경찰의 숫자보다도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파업 현장 에 공권력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이번 사태 직후,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력한 대응의 뜻을 표시했다. 따라서 앞으 로 노사정위원회 역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간 김대중 정권이 견지해 온 ‘노동자 껴 안기’의 기조는 상당부분 흔들릴 것이고, 노동계 역시 현정권에 대한 신뢰를 유보할 수밖 에 없게 되었다.

사태의 과정을 보더라도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제진압이 진행되기 전 이미 한 사람이 떨어져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후에는 임신 9개월된 임산부가 부상을 입 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심지어 통신상에서는 임산부에 대한 발길질이 자행되었기 때문이 라고 전해진다. 이에 더해서 그 이후 연행된 노조원들에 대한 대응을 보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과연 현 정권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현 정부는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한 중재의 성공으로, 보수언론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 는 듯 했으나, 이번 일로 다시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만도기계 강제진압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지난 7 월 사측의 정리해고 일방통보에 대한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현대자 동차와 달리 중재의 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만도기계의 사업장이 전국에 7곳 으로 흩어져 있어 현대자동차만큼의 실질적인 저항이 드세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진행 되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현단계 노동운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IMF 구제금융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의 공세는 더욱 드세지고 있는데도, 현재 노동계는 전혀 그에 대한 대응을 못하고 실질적으로 눈앞의 ‘밥그릇’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예로 전국의 실업자가 2백만에 육박해 있는데도 그에 대한 조직화나 세력화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또한, 앞으로는 언제든지 재벌 노조와 하청업체 노조간의 갈등이 표출될 수 있음을 기억해 야 한다.

최근 5대 재벌의 빅딜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의 견이다. 정부는 더이상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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