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호 [사설 1] 개교 80주년에 생각한다
 
 

115호 [사설 1]

개교 80주년에 생각한다

 

올해로 중앙대학교는 80년이라는 세월을 견뎠다. 사람으로 친다면 80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가 상당하지만, 대학의 나이에서는 학교 전통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최근 느껴지는 대학의 위기와 관련해 본다면 대학의 전통 따위는 더더욱 초라해진다. 그래서 우리의 무게중심은 지난 과거의 전통의 무게에 있다기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있어야 한다. 중앙대의 신르네상스운동 역시 이러한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이해된다. 현재의 위기는 교육정책과 학문정책의 제도적인 위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교육부의 입김에 따라 학교의 방침과 계획이 바뀌는 현실에서, 대학의 운명은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났는 지도 모른다. 이럴 때 일수록, 과연 현재의 흐름이 전부인가를 숙고해 볼 일이다.

지난 중앙일보(9월21일자)에서 발표한 대학평가에서 중앙대는 종합순위가 지난해보다 4계단 오른 17위로 나타났다. 이번 평가는 교수연구실적, 교육여건과 시설, 사회평판도, 대학개혁도, 재정·경영의 5개 항목으로 나뉘어서 실시되었다. 이 중에서 그나마 만족할 만한 순위를 얻은 것은 사회평판도(8위)였으며, 교수연구실적과 교육여건 부문 등에서는 20위권에 들지 못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대학의 현재의 모습과 구성원들로서는 더 이상의 경쟁력이 부재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회평판도는 대개 졸업생인 동문들의 활동과 노력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학부제 논의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중앙대는 그 덩치가 너무 비대해져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다. 학내 각 주체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곧 이어 지난 달 29일 교육부에서는 교육개혁 추진 우수대학 30개대를 선정하여 2백억원의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가 탈락한 것이 특징적이었는데, 중앙대는 지역사회 연계분야에서 2위를 차지해서 6억7천5백만원의 지원받게 되었다. 그나마 학내 구성원들은 안도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안도감이 가져다주는 안일함을 경계해야 한다. 학교당국, 교수, 학생 등 각 주체들이 감당해야 할 나름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각 주체들의 상호 견제를 통해 가능하다. 교수가 학생을 볼모로 하고, 학생은 좋은 학점과 취직을 위해서만 열을 내고, 학교당국은 무사안일에 빠져있다면, 중앙대는 언제든지 주저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비판하고 요구할 수 있는 건강한 대학공간을 꿈꿔 본다. 서로에게 보다 솔직해지고, 더욱 철저해져야 한다. 건학 80주년을 맞으며, 참으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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