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호 [사설 2] 대학원 학술활동의 현실
 
 

116호 [사설 2]

대학원 학술활동의 현실

 

이제서야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 겹에서 두 겹으로 바뀌었다. 가을이 예년보다 한참 늦게 찾아온 때문이다. 논문을 쓰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심사가 진행중인 논문을 기다리는 이들은 초조하다. 지난 23일에는 99년도 전반기 특별전형 합격자 발표도 있었다. 분주한 주위 상황은 ‘결실’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최근 대학원 관련 학술활동이나 대학원 정책이 진행되는 것을 살펴보노라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예술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남긴 채 행사를 이미 치루었고, 기타 현재 준비중인 것만 해도 학연협 학술제, 개교 80주년 기념 학술대회, 연구논집 발간 등 한 두달 사이에 진행되는 것들이다.

이 중 학연협 학술제의 경우, 지난 19일까지 마감된 논문 프로포절은 5편 정도밖에 안되어 다음 달 13일까지로 논문 접수마감 기한만을 정해놓은 상태이다. 연구논집 발간 연기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마감된 현재까지 5편만이 접수되어 발행 시기가 내년으로 연기된 것이다. 개교 80주년 기념 학술대회 역시 그 준비상황은 순조롭지 못하다. 상반기부터 준비는 해왔다고 하지만, 그 동안 준비 주체의 혼란 등으로 인해 미진한 부분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술대회’의 경우 하부주제의 발표자를 모집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많지 않아서 거의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개 연구자들의 학문활동은 개별 연구자들의 노력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가능하다. 지금 우리 대학원의 모습은 어떠한가. 대학원총학생회는 출범 당시 모든 역량을 학술활동에 집중할 것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예술제와 계열별 학술제 등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발표의 장이나 학술 관련 예산과 같은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 보완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학술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개별 연구자들의 역량 문제와 관련된다. ‘학풍모색’이라는 슬로건이 쉽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좋은 지원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이용할 주체들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것은 고양이 목의 금목걸이와 다를 바가 없다. 논문만 쓰고 졸업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자신들의 연구성과들을 내놓고 검증받는 것도 학문의 길에서 중요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각자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학문한다는 것은 결국은 자신과의 대화이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와의 대화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한 대화가 끊어지게 되면 학문은 나아갈 수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솔직해지지 않으면 진정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대학원에서 보이는 현재의 침체적 분위기가 만약에 그러한 대화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우리는 작은 것을 좇아 다니면서 더욱 큰 것을 잃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올 가을은 짧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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