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 [사 설] 입학전형의 유령
 
 

128호 [사 설]

입학전형의 유령

 

개강이 되면 대학원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몇 가지 주제들이 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대학원 입학시험과 관련된 ‘입방아’(?)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의 배후에는 대학원 입학전형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탈락자가 존재하는 입학시험에 있어 개인적인 불만에 근거한 입방아에는 주목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것이 제도적인 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원자들의 입장에서는 실력보다는 여타의 이해관계에 주목하게되고, 학교의 입장에서는 실력있는 연구자를 육성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정체성이 흔들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교의 대학원 입학전형에서 ‘뜨거운 감자’는 역시 ‘특차’전형이다. 일반전형과는 달리 특차전형의 경우, 교수 개인의 주관성에 따라 지원자의 당락이 결정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차전형은 현실적으로 일반대학원 연구자의 박사과정 진학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몇몇 학과에 대한 입학시험 의혹은 특차전형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불신이 얼마나 높은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번의 경우는 교육부가 특정과에 대한 모집정원을 증가한데서 발생한 오해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입학전형이 객관적인 제도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과제는 아직도 남겨져 있다. 그리고 최근에 ‘대학원위원회’에서는 ‘대학원 입학전형 변경에 관한 심의’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대학원위원회’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먼저 특차전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인 안건들은 부결되고, 일반전형의 영어 및 전공시험 과락만이 하향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시험의 경우 과락기준을 40점에서 20점으로 낮추었다. 이는 영어시험의 문턱을 낮추어 지원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기보다는, 영어시험을 폐지하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시험과목의 점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입학전형의 원칙을 객관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는 특별전형의 자격기준을 상향조정하거나, 특별전형의 서류심사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대학원위원회’가 우려하는 것처럼 개별 학과와 교수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을 높이는 과정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준이 공개적으로 적용될 때, 입시전형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불신은 사라질 것이다. 입학전형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입시는 채점자에게는 일상이지만 지원자에게는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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